한자리 모인 민주당 시·도지사들 "우리 지역이 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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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주당이 ‘자산’이라고 자랑하는 게 있다. 박원순(서울)·송영길(인천) 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같은 광역단체장 인력 풀(pool)이다. 김한길 대표가 2일 이들을 모두 소집했다. ‘을(乙)의 정치’를 위한 당론 결집 차원에서였다. 그러나 같은 당 소속이지만 서울과 지방 간에 서로 자신들의 지역이 ‘을’이라고 주장하면서 시각차가 드러났다.

 ▶박원순=“서울은 보호 아동 수는 많은데 국고는 20%밖에 부담하지 않아 서울시가 80%를 부담하고 있다. 이 상태라면 가장 먼저 펑크가 날 상황이다.”

 ▶김교흥 부시장(송영길 시장 대신 참석)=“인천시는 수도권의 쓰레기를 처리하고 수도권 전기의 64%를 공급한다. 각종 유해 시설을 다 갖고 있는데 물 부담금도 낸다. 인천 시민들이 뿔이 나 있다.” 한강 하류 주민들에게 거두는 물 이용 부담금은 상류의 취수원 보호와 수질 개선에 투입된다. 인천시는 물 부담금 수준을 놓고 환경부와 갈등을 겪다 지난 두 달간 납부하지 않았다.

 비수도권 쪽 분위기는 반대였다.

 ▶안희정=충남 서해안 지역은 국가 화력 발전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무수히 많은 송전탑으로 들판의 개발 가치가 떨어지고, 이산화탄소와 환경 재해가 오고 있다(도청 관계자는 “대도시에 전기를 만드는 곳이 있나. 발전으로 따지면 대도시와 수도권이 갑이고 충남이 을”이라고 주장했다).

 ▶이시종 충북지사=“정부의 공약가계부를 보니 SOC 투자를 대폭 삭감한 이유가 고속도로 길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다섯 번째라는 건데 그게 다 수도권·대도시 주변이다.”

 ▶박준영 전남지사=“학교·문화·체육 시설은 수도권에서 하면 국립이고, 지방에서 하면 도립이다. 왜 정부는 수도권 중심으로만 국립 시설들을 짓는가.”

 ▶최문순 강원지사=“낙후 지역에선 (정부의 SOC 투자가) 이제 우리 차례려니 했는데, (수도권에) 충분히 했으니 안 한다는 말이 들린다.”

 박 시장과 안 지사의 발언도 차이가 있었다. 간담회에서 박 시장은 “돈이 들거나 큰 제도적 개혁 외에도 생각만 바꾸면 작은 일로 서민경제를 진작할 수 있다”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주정차 단속을 완화하니 재래시장과 영세상인, 식당의 매출이 20∼30% 늘었다”고 소개했다. 반면 안 지사는 ‘큰 제도적 개혁’을 언급했다. 그는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국가’를 강조하며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은 지방대로, 중앙정부는 중앙정부대로, 대통령과 국회는 대통령과 국회대로 국가 장기과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가 되고 있다”면서다.

 이 지사는 “차라리 무상급식 이슈를 민주당이 선점하지 않았다면 벌써 실현됐을 것”이라며 “새누리당 소속 (기초)자치단체가 무상급식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옳지 않은 말”(우원식 최고위원)이란 면박을 들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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