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거실에 돗자리|<상은 박대진씨 부인> 한영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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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같은 조건 아래서 보다 시원하고 따뜻하게 지내기위한 마음씀은 어느 주부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철따라 창가의「커튼」을 바꾸어 계절감과 집안의 변화를 갖추어 보는데 노력하다 3년전부터 여름에는 완초와 난초제품이 제격임을 알았다.
처음에는 완초 껍질을이용해서 만든 멍석같은 두뼘짜리 네모꼴을 사다가 이어서 응접실에 깔았더니 훌륭한「카피트」가 됐다. 노리끼한 왕골 색깔이 우선 보기에 시원했다. 두해쯤쓰고나니까 역시 싫증도 나고 해서 지난 초여름 충무로에있는 농협수공예품직매장을 들러보았다.
완초 돗자리같은 크기와 모양인데 약간 거칠고 값은 완초 돗자리의 5분의1정도. 소위「다다미」를만드는 인초 돗자리였다. 6백원씩 10장을 사서 하나로이어 아래층 거실에 깔았다. 훌륭한 여름철「카피트」다. 묵은 완초껍질「카피트」는 2층응접실로 올리고 처음에는 무늬진 진초록이 발에 묻어나서 물걸레로 여러번 닦아냈다.
2∼3일후에는 색깔도 더 선명해지고 물감이 묻어나지도 않았다.
인초는 일명 용의 수염이란 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경북예안과충남대전, 전남영산포, 강화교동도에서 나는데 정성들여 가꾸지 않아서 야생초가 되어버렸다는 농협직원의 설명이다. 제조과정에서도 살짝 쪄서 햇볕에 잠시 말려서 만들면 부러지지 않고 좀더 정밀한 돗자리가 될 수 있다는것이다.
좀더 연구하고 노력해서 좋은 물건이 나오면 더욱 좋겠지만 현재의 것으로도 훌륭한 편이다. 거친듯 소박한 볼품이라든지 쌉쌀하면서도 향긋한 돗자리 냄새는 어디 먼 시골에 더위를 피해온듯한 착각을주지않느냐고 되뇌었더니 온가족이 웃으며 공감을 표시해주었다.
그뿐아니라 찾아오는 친구마다 야단이다. 시원하고 멋있고 값에 비해서는 너무 품위와 운치까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할수 있는곳과 이어만드는 법, 물걸레로 물감닦아내는법등을 가르쳐주고「아이디어」값을 톡톡히 내라고했다.
좁은 마루면 두장정도, 조금큰 마루방이면6장정도면 된다. 더위가 지난다음 간수할때는 돗자리 크기로 이음매를 접어서 말아두면 간단하다.
인초돗자리와 함깨 속에 「스폰지」를 넣고「비닐」줄로 엮어만든 여름방석을 사서 간단한 「아플리케」의 마직「커버」를 씌웠다. 미끄러움이라든지 값싼「비닐」이 감추어지고 시원한 여름방석이 되어 텁텁해보이는 의자에 산뜻한 여름차림을 갖추기도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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