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 축구로 하나된 두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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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주최자들은 월드컵을 통해 한국과 일본 사이에 더 긴밀한 유대가 성립되길 기대하고 있다.
화합과 단결은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하는 2002 월드컵이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주제다.

금요일 개막식 전야제의 주제는 '세계인의 어깨동무'였으며, 월드컵 공식 주제가의 하나로 한국과 일본의 뮤지션들이 공동 개최를 기념해 만든 노래의 제목은 '렛츠 겟 투게더(Let's get together)'이다.

심지어 동아시아의 화려한 서체를 통해 축구장을 표현한 월드컵 공식 포스터 조차 양국 예술가들이 함께 만들었다.

월드컵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이같은 상징들을 통해 한때 적국관계에 있던 두 나라 사이에 우호적 관계가 형성되고 양국이 앞으로 더욱 화합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그려내고자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제스처는 타카마도 일본 왕자와 히사코비가 5월31일에 시작되는 월드컵 개막식에 맞춰 6일간의 일정으로 수요일(이하 현지시간) 서울에 도착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의 종전으로 한국이 일본의 식민통치에서 해방된 이래 일본 왕실의 일원이 한국을 공식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아키히토 천황이 월드컵을 보기위해 방한하기를 기대했으나, 양국 사이의 숙원때문에 계획은 무산됐다.

제국주의의 유산

공식 포스터는 한국과 일본 예술가들의 협력 작품이다.
동아시아의 이웃들은 일본의 35년간의 잔혹한 식민 통치에서 기인한 오랜 원한과 해소되지 않은 몇 가지 문제들을 공유하고 있다.

월드컵을 통해 화합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일본 제국주의의 유산은 잊혀지지 않고 있어 대회를 치르기까지 몇차례의 승강이가 있었다.

축구 전방에선 어떤 국가의 이름이 월드컵 로고의 앞쪽에 들어가야 하는가 논쟁이 있었다. 한국이 우세해 첫 경기를 개최할 권리를 따냈고 일본은 6월30일의 결승전을 유치하기로 했다.

일본의 과거 전시 상황을 미화했다고 많은 한국인들이 말하는 일본의 역사 교과서에 대한 논쟁으로 지난해 양국의 관계는 한차례 어려움을 더 겪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올해 초 일부 전범을 포함한 일본 전몰 용사들을 추모하는 도쿄의 한 신사를 방문하면서 한국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그러나 양국 관계가 완화될 것이라는 조짐도 있다.

여러차례 예고됐던 고이즈미 총리의 3월 서울 방문 기간에 김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양국 사이에 쌍무적 관계를 육성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새로운 장의 개막

오랜 원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주한 일본 대사는 월드컵이 한-일 관계를 증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데라다 데루스케 대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인접 국가 사이에는 언제나 정치·외교적 관계의 기복이 있게 마련이며, 우리에겐 흔한 일"이라고 밝혔다.

"다가올 월드컵으로 양국 관계는 상당히 개선될 것이다. 우리는 월드컵으로 양국 관계가 회복되길 기대한다."

데라다 대사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오래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보고있다.

한국의 축구 팬인 호로영(20)씨는 "일본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며 "한국이 과거를 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일본에 대해 반감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만이 역사적인 적대 관계를 개선하고, 뼈아픈 기억을 청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의 성공 여부에 많은 것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월드컵이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새 장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SEOUL, South Korea -Andrew Demaria (CNN)
이정애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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