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뜻있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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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 내일 안으로 전국의 국민학교·중고등학교가 일제히 여름방학에 들어선다. 손꼽아 기다리던 여름방학 이다. 학생들·어린이들은 이 여름을 건강과 즐거움속에서 보낼 기대에 벌써 가슴이 부풀어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시험지옥에서 해방된 국민학교 6학년 어린이들을 생각해 보자. 그들은 얼마나 목터지게 이 여름을 찬양하고 있을 것인가. 눈물겹기 까지 할것이다.
방학, 그것은 그야말로 학업에서의 해방, 다시 말하면 배움에서의 일시 휴식을 뜻한다. 학생·어린이들은 마음놓고 활개를 펴도 좋을 것이고 즐겁게 노는 여름을 보내도 좋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생활의 절제,「리듬」마저 저버리고 학교에서의 공부가 정지되었다 하여 스스로 익히고 터득하는 노력마저 저버려서는 안될것이다.
그런데 여름은 하동(夏童)의 계절이라고도한다. 어린이와 물이 한덩어리가 된다는 말이다.
사실, 물과 사귀고 물 속에서 건강하게 보내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끝없이 발랄하기만 한 것이다. 그러나 물은 때때로 인간에게 커다란 재난을 가져다 준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될것이다. 어느나라에서도 그렇듯이 여름, 특히 8월에는 교통사고이외에도물에서 빚어지는 사고가 가장 많은 때이다. 첫째로 어른이나 수영에 익숙한 분들과 함께 물가에 가지 않는 어린이, 둘째로 물을 무서워하지않고 준비운동도 없이 물에 뛰어드는 어린이들에게있어선 순식간에 즐거움이 불행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 그책임은 어린이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고 무관심한 학부형이나 수상보안을 맡고있는 관계당국에도 있겠지만 역시 불행을 사전에 막는 길은 어린이 스스로가 지혜롭고 조심스러워야 할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꼭 권하고 싶은 말은 학생·어린이들은 이 여름동안 자연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많은 것을 배워두라하는 것이다. 학교공부가 계속되고 있었던 동안에는 아무리하여도 자연과 사귀고 자연과 대화를 나눌 기회는 적었었다고 할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모처럼 위대한 대자연과 마음껏 접촉할 수 있게된 이기회에 자연의 변화·필서·입김속에서 우리인간에게 유익한 많은 것을 배우려는 태도를 갖추어야할 것이다.
알고 보면 자연은 말없는 가운데서도 인간에게 너무도 많은것을 깨우쳐 준다. 그속삭임, 그 가르침에 다소곳이 귀를 기울여 보자.
그리고 여름방학은 모든학생·어린이들이 그들이타고 났고 다듬어 온 개성을 한껏 키워 보는 발전적인 시간으로 되어야 하겠다. 참다운 나를 살펴보고 가꾸어보자. 그리하여 참다운 나의 설계위에서 나를 발전시켜보자.
한편 사회는 여름방학을 맞는 그들에게 부담을 주지말자. 생활의 절제나「리듬」을 잃지만 않는다면 그들은 이 여름을 마음껏 구가할 권리가 있다. 각종의 단체들은 어린이의 여름방학생활을 설계하되 어디까지나 그것이 규제적인것이 아니고 조장적인 것이 되도록 하여야 할것이다. 이번 여름방학만은 참으로 환희와 건강에찬 뜻있는 방학이 되었으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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