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600고지' 돌파, IT 종목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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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거침없이 올라가던 코스닥이 주춤하고 있다. 지난 28일 585.76으로 5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더니, 가파른 상승이 부담됐던지 이틀 연속 조정을 받았다. 30일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56포인트(0.78%) 떨어진 581.13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코스닥의 상승세는 거침이 없었다. 지난해 말 496.32였던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3일 557.96을 고점으로 잠시 주춤하다 랠리를 재개했다. 최근엔 600선을 넘봤다. 과연 앞으로 코스닥은 어떻게 될까.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업종·종목 선별 장세가 펼쳐진다”는 것이었다. 중앙일보가 삼성·한국투자·대신증권 등 10개 증권사의 중소형·투자전략담당 팀장들에게 설문한 결과다.

 일단 전반적인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는 “올해 강세가 과열이라고 할 순 없지만, 힘을 쓰지 못한 코스피 시장의 대안적 성격이 강했다”며 “하반기 글로벌 경기회복과 함께 대형 경기민감주들의 강세가 예상되는 만큼 코스닥이 차별적 강세를 이어 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 정책에 따라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 갈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의견이 갈린 이유는 하반기 코스닥 시장을 좌우할 호재와 악재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주요 이슈는 네 가지였다. 그중 두 개는 호재, 두 개는 악재였다. 우선 악재 하나는 뱅가드의 한국 청산 종료다. 올 들어 코스닥의 최대 호재는 형님인 코스피 시장을 괴롭혔던 뱅가드 이슈였다. 초대형 펀드운용사인 뱅가드가 코스피 시장에서 올 상반기 6개월간 9조원에 이르는 한국 주식을 청산했던 것. 한국투자증권 정훈석 투자정보팀장은 “코스닥지수를 5년래 최고치로 밀어올린 배경에는 코스피 대형주에 대한 뱅가드 펀드의 매물 압력 때문에 생긴 풍선효과가 작용했다”고 말했다. 뱅가드 때문에 코스피 주가가 오르기 힘들 것으로 보고 돈이 코스닥에 밀려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효과를 일으킨 뱅가드의 한국과의 이별은 오는 7월 3일 마무리된다. 이로 인해 코스피 시장에 매수세가 다시 몰릴 경우 코스닥이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악재는 코스닥이 코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졌다는 점이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경기부진으로 그동안 시가총액 비중이 큰 코스피 경기민감주들이 부진하면서 코스닥 내수 소비재 종목들이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며 “그 때문에 지금으로선 코스닥이 코스피와 비교해 다소 고평가돼 있는 점이 부담”이라고 평가했다.

 호재도 있다. 일단은 ‘관성(모멘텀)’이다. 코스닥이 지난 4년간 마의 벽으로 작용했던 560선을 돌파해 탄력을 받은 만큼, 600선을 무난히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과거의 코스닥 강세장과 비슷하게 이번에도 정책동력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이 주 근거다. 교보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박근혜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정책 효과가 구체화될 경우 과거 정보기술(IT) 육성이나 녹색성장 때 같은 강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기금의 코스닥 순매수 규모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점도 호재다. 올 들어 연기금은 지금까지 코스닥시장에서 426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미 지난 한 해 전체 순매수 규모의 80%에 이르렀다.

 전반적인 상승은 힘들다는 쪽이건, 아직 여력이 남아 있다는 쪽이건 IT 관련주가 유망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스마트폰이나 반도체 관련 부품주, 디지털 콘텐트, 모바일 게임 및 결제, 인터넷 서비스, 소프트웨어 등을 많이 꼽았다. 우리투자증권 손세훈 스몰캡팀장은 “지금으로선 코스닥 IT 종목 중에 실적이 검증됐고, 주가수익비율(PER)은 7~8배 정도인 종목이 가장 무난해 보인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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