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흙과 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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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오늘의 예술인, 문필인들은 흙과의 접촉이 너무 안되고 있다. 그 거리가 천리만리로 벌어져가는 것만 같다.
우리나라의 현실로 보아 농촌이란 사회는 넓은 지역에, 많은 인총에, 맡고 있는 사명마저 자뭇크다. 그렇건만 언론·출판을 통해볼 때 예술인들이 원체 농촌에 소원도하다지만 좀더골똘하게 그 실상을 파헤쳐보고 작품활동을 해보려는 경향이 안보인다.
가다가 농촌문제에 관여해보려는 사람이 있다면 농업을 전공하는 일부학자가 아니면 농촌기관원이고, 언론계에 직을 가지고 농촌문제·농촌기사를 다루는 사람정도라할까. 그러나 그런사람조차도 농촌실체에 어두운탓으로 수박겉핥기가되어 꿩얘기를 한다는 것이 닭얘기가 되기일쑤고 숫제 의식적인 거짓을 터뜨리면서도 태연만하다.
출판물의 경우만이 아니다. 다른한가지 예로서 지금 가지각색 농촌수공예품들도 한국적향토색을 풍기는 것이거나 참신한 현대감각을 뿜는 것이거나간에 좀더 예술인의 손을 거친도안 또는「디자인」을 얼마나 절실하게 원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 우리조상들도 청운의 꿈에 사로잡혀 한때 경도에 머무르다가도, 마침내는 향촌으로 돌아가 흙내 그윽한 시문·서화를 얼마나 많이 남겨놓았는가. 시대는 달라졌지만, 지금처럼 예술인이 흙과 담을 쌓고 살기로 만한다면, 결국「쌀나무」얘기가 아니면「소주밀식」따위 웃지못할 수작이나 늘어놓다 말것이고, 괭이·호미를 그린답시고 당구·「골프」도구나 그려놓는「난센스]만 연발하게 될것같다. <박원직 농협간행물제작소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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