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살인버스 참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또 교통춘사가 빚어졌다. 살인버스가 60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호수 깊숙이 곤두박질을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다수의 민간인과 함께 귀대 중인 장병을 수없이 태운 「버스」가 살인을 했다. 매양 되풀이되는 끔찍한 사고이며 이번에도 정원 초과, 운전 부주의, 정비 불량 등이 그 주요한 사고원인이 되고 있는 듯 하다. 희생자들의 명목을 빌기에 앞서 분격이 앞서는 참극이 아닐 수 없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23일 하오 6시10분쯤 춘천을 떠나 화천을 향해 운항 중이었던 강원 영1331호 버스가 과속으로 질주하던 끝에 「핸들」고장을 일으켜 높이 50미터의 절벽에서 굴러 떨어져 물 깊이 20미터의 춘천호 속에 잠겨 버렸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구조작업의 보람도 없이 약30명이 사망하고 3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한다. 근래에는 보기 드물었던 대춘사이다.
역시 알려진 바를 보면 살인운전사는 운전도 서툴렀었을 뿐 아니라 「라디오」를 켜 놓고 조수와 잡담을 즐기면서 죽음의 길을 과속으로 달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60여명이나 되는 많은 국민의 생명, 그것도 많은 귀대 장병의 생명의 안전을 맡은 자라면 굳이 운전사가 아니더라도 단 한순간의 부주의도 있을 수 없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도리이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비탈길을 달리는 차량을 움직이는 바로 그 운전사가 잡담과 과속 등 부주의를 일삼았던 것이다. 참으로 분격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근자 격증하는 교통사고 분석에 따르면 운전사의 과실이 그 원인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근자의 교통사고는 으례 한꺼번에 많은 인명의 피해를 동반하여 치사율이 상승일로에 있는 것이다. 이 가공할 현실을 우리는 결코 방치해 둘 수가 없다.
사고가 빚어질 때마다 우리는 매양 구두선처럼 차량의 정비강화, 운전사의 부주의 단속, 감독관헌의 기강 쇄신 등 제문제점의 소재를 지적하여 왔다. 그런데 이번 사고를 보면 그 단순한 구두선을 또다시 되풀이 할 수밖에 없을 만큼, 사고의 원인은 아주 가까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첫째로 정원초과에 따르는 감독관청의 책임을 물어야 하겠다. 둘째로 정비 불량, 주의 부족을 지적하여야 하겠다. 그리고 듣자 하니 사고지점인 춘천호 부근은 그 지형이 몹시 험준하다 한다. 거기서 「핸들」고장을 일으켜 많은 생명을 수중 고혼으로 만들었으니 그 책임은 누가 분담하여야 할 것인가. 운수업자, 운전사, 교통당국의 이중책임이 서로 엉키고 함께 작용하여 이번과 같은 참사를 빚어낸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10명의 인명을 한꺼번에 앗아가는 이 놀라운 교통사고도 따지고 보면 그것은 눈 깜짝할 사이의 부주의로 빚어지는 것이 대부분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이런 원시적인 대량살인 행위와 살인「버스」를 그대로 방치해 둘 수가 없다. 왜 우리는 이런 춘사를 심심치않게 목도하여야만 하는가. 그 간단하고 명백한 사고예방책을 왜 사전에 충분하게 강구하지 못하고 있는가. 운전사들에 대한 철저한 정신교육과 함께 감독당국이다 운수업자들의 인명경시의 풍조를 일소해 버릴 수 있는 무슨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하겠다. 우리는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자의 엄단을 촉구하며 희생자에 대한 사후 조치가 정중하게 베풀어질 것을 강조해 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