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얼굴' 하인케스 감독, 최강 뮌헨 역사 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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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프 하인케스 바이에른 뮌헨 감독(오른쪽 둘째)이 26일(한국시간)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고 선수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런던 로이터=뉴시스]
선제골 돕고 결승골 넣은 로번

유프 하인케스(68·독일) 바이에른 뮌헨 감독의 별명은 ‘오스람’이다. 경기 중 흥분하면 얼굴이 붉게 달아 오르는 모습이 마치 전구 같아서 붙은 닉네임이다. 오스람은 독일의 유명 전구회사다.

 하인케스 감독이 뮌헨 역사에 불을 켰다. 뮌헨(독일)은 26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201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도르트문트(독일)를 2-1로 꺾고, 12년 만에 다섯 번째 유럽 챔피언에 등극했다.

 하인케스 감독은 경기 내내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다. 아르연 로번(29)이 전반에만 세 차례 골키퍼와의 일대일 찬스를 놓쳤다. 로번은 지난 시즌 첼시(잉글랜드)와의 결승에서 페널티킥 실축으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해 결승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선수다. 하인케스 감독은 로번을 교체하지 않고 끝까지 믿었다. 로번은 후반 15분 마리오 만주키치(27)의 선제골을 돕고, 후반 44분 결승골을 꽂아 승리를 이끌었다. 하인케스 감독의 붉은 얼굴은 가라앉았고,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27)의 품에 안겨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하인케츠 감독은 엘리트 길을 걸었다. 현역 시절 독일 대표팀 공격수로 1972년 유럽선수권과 74년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다. 감독으로는 뮌헨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을 이끌었다. 조제 모리뉴(50)나 알렉스 퍼거슨(72)처럼 개성 넘치는 인물은 아니지만 조용히 스타들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지녔다. 젊은 시절 불같은 성격으로 쉽게 조급해졌지만 나이가 들수록 부드러워졌다.

 독일 연수를 다녀온 신태용(43) 전 성남 감독은 “독일에서 하이켄스 감독은 ‘의리의 명장’으로 통한다. 뮌헨은 2011년 4월 루이스 반할 감독이 물러나자 하인케스 감독에게 ‘SOS’를 쳤다. 하인케스는 연봉 등 조건을 따지지 않고 ‘마지막을 불태우고 싶다’며 87년, 2009년에 이어 세 번째로 뮌헨 지휘봉을 잡았다”고 전했다.

 하인케스 감독은 마리오 고메스(28)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만주키치를 중용했다. 또 세르단 샤키리(22) 등으로 A팀 못지않은 B팀을 구축해 경쟁 구도를 유도했다. 하인케스 감독은 97~98시즌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뒤 15년 만에 다시 유럽 무대를 제패했다.

 하인케스 감독은 “경기 시작 전까지는 감독의 역할이 있지만 경기가 시작된 이후는 선수들의 몫”이라고 우승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이미 2012~2013시즌 도중 은퇴를 선언한 하인케스의 후임으로는 페프 과르디올라(42) 전 바르셀로나 감독이 내정된 상태다. 하지만 하인케스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6월 2일 슈투트가르트와의 독일 포칼컵 결승에서 승리하면 시즌 3관왕을 달성하게 된다. 명예로운 퇴진을 앞둔 하인케스 감독을 향해 레알 마드리드 등에서 계속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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