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쓰레기와 충돌 폭발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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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공중폭발 사고의 원인을 조사 중인 미 항공우주국(NASA)이 발사 당시 외부 연료탱크 파편에 의한 왼쪽 날개 손상이 아닌 다른 원인을 찾고 있다고 5일 밝혔다.

론 디트모어 우주왕복선 담당 국장은 이날 "NASA 조사관들이 당시 연료탱크에서 떨어져 나온 길이 51㎝, 무게 1㎏의 단열재가 입힐 수 있는 손상을 검토했지만 이것이 컬럼비아호 사고의 근본원인이란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기체에 얼음이 붙어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NASA 측은 "발사 당시 최종 점검에서 얼음이 붙어 있지 않았으며, 얼음이 생길 만한 기상조건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NASA는 현재 컬럼비아호의 자동비행통제 시스템에 사고 원인 조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는 이와 관련, "사고 1분 전 왼쪽 날개에 바람의 저항이 증가하자 시스템이 작동, 측면 제트엔진을 분사하면서 동체의 균형을 잡으려 했다"면서 "조종석의 승무원들도 이미 몇분 전에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컬럼비아호가 지구 궤도상에 있는 우주 쓰레기와 충돌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NASA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우주 쓰레기는 지구 2백50~6백㎞ 상공을 떠도는 수명이 다된 인공위성이나 로켓의 파편, 또는 작은 운석들이다. 지름 1㎝ 이상만 10여만개에 이르는 우주 쓰레기는 지구 궤도에서 시속 2만7천㎞로 회전하고 있기 때문에 우주선에 부딪칠 경우 미사일에 맞은 것 같은 치명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NASA는 이미 9년 전 컬럼비아호의 날개 아래쪽이 매우 취약하며, 이륙시 이곳에 동체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 충돌할 경우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994년 컬럼비아호를 정밀점검했던 카네기멜론대학 공학부의 폴 피시베크 교수는 "날개 아래에는 매우 중요한 타일들이 있다. 이 타일들을 잃게 되면 우주왕복선 전체를 상실하게 된다"면서 "NASA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NASA는 이 같은 경고가 있은 직후 동체 외부에 단열재나 얼음 조각이 떨어지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부 비행규칙을 고치고 동체의 재료를 바꾸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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