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축소 → 달러 강세 → 주가 하락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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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 있다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발언의 파장이 각국 증시 하락으로 이어졌다. 23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7.32% 하락했다. 도쿄 증권거래소 증시판 앞에서 한 남성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도쿄 로이터=뉴시스]

시장은 점점 미국의 양적완화(QE3) 축소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하는 작은 단초에도 시장은 ‘주가 하락, 달러화 강세, 국채금리 상승’으로 반응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날보다 10bp(0.01%=1bp)오른 2.034%를 기록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를 넘은 것은 3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미국 국채수익률은 최근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채 수익률이 이처럼 뛰고 있는 것은 시장에서 이미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운용사인 핌코의 빌 그로스 공동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방송에 출연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몇 개월 뒤 채권 매입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시점은 9월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의회에서 “일자리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을 본 뒤에 (QE를) 조절할 수 있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버냉키의 진의가 양적완화 축소 쪽이라면 세계 증시에는 악재다. 버냉키의 발언이 전해진 23일 금융시장에서는 중국의 지표 부진까지 겹치면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시장에서도 개장 초 2% 언저리의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양적완화 축소에 따라 달러화 강세 방향이 뚜렷해지면 외국인들에게 국내 증시의 매력도가 반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신규 주문 감소에 따라 7개월 만에 위축세로 돌아선 것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날 HSBC가 발표한 5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 속보치가 49.6으로 50을 밑돌자 시장에서는 중국 경기가 회복세를 멈추고 빠르게 냉각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오히려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미국 국채금리를 올려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것이 근거다. 한화증권 박성현 연구원은 “거품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선진국 국채가 QE라는 동력을 잃으면 거품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국채에서 나온 돈이 주식으로 흘러갈 경우 국내 증시도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낙관론의 또 다른 근거는 실물경기 회복이다. 미국 연준은 양적완화 축소의 전제조건이 실물경기 회복이나 물가상승 압력 확대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있다. 즉 선진국들의 경기회복에 따른 양적완화 축소는 오히려 성장성 있는 이머징 국가로 투자자들이 몰려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미국의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경우 원자재와 부동산 시장이 상승해 원자재 가격에 영향받는 이머징 증시가 각광받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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