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853억 쓴 월미은하레일 … 선로·바퀴 다 뜯어낼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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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세금 853억원을 들인 인천 월미은하레일이 결국 ‘운행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철거와 재시공, 또는 다른 용도로의 재활용 등에 대한 최종 선택이 남았다. 하지만 철거비용이 250억원이고 재활용 하더라도 수백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인천교통공사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의뢰해 지난 1년간 은하레일 안전성을 검증한 결과 차량, 궤도, 토목, 신호·통신 등 모든 분야에서 중대 결함이 발견됐다고 22일 밝혔다. 인천교통공사 이중호 기술본부장은 “이 상태로 운행했다가는 대형 사고 발생 위험이 크다”며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해 시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차량 분야에서는 주행륜을 보조하는 안내륜(보조바퀴)의 내구성이 크게 떨어졌다. 2.1t의 하중이 가해졌을 때 71만 번 회전(기준 100만 번 이상) 시 균열이 발생해 차량이 궤도를 이탈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안내륜 80개 전량을 교체하고 직경도 기존 50㎜에서 55㎜로 확대해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궤도 분야의 경우 Y-레일의 체결구(조임장치)의 힘이 약해 레일의 이탈 위험성이 발견됐다. 전 구간의 레일을 철거하고 보강 체결구를 설치한 뒤 다시 깔아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교각의 위치가 허용오차(50㎜)를 크게 벗어나 있었으며 이 때문에 상판 위의 레일까지 지그재그로 깔려 있었다. 오차가 큰 교각 등을 철거한 뒤 재설치해야 운행이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신호·통신 설비 부분은 제 위치 정차 성공률이 74%(기준치 99.99%)에 불과해 무인자동운전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나왔다. 운전실을 새로 설치하고 앞뒤의 비상탈출구도 개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전력 분야에서는 애자에 대한 건조시험에서 25%가 불량 판정을 받았다. 또 차량과 레일 간의 접지 불량으로 승객 등의 전기쇼크 위험성도 지적됐다. 에폭시 등 내염성 고품질 애자로 전량(1만 개) 교체하고 차량·레일 접지도 개선해야 운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승차감 시험에서도 8차례 중 6차례나 기준에 미달함에 따라 차량의 충격을 완충해 주는 수직과 수평 댐퍼(damper)를 각각 20개, 40개씩 추가 설치해야 하는 실정이다. 또 무선 음성통화 감도가 10개 구간에서 기준 이하였다. 유사시 사령실에서 차량을 제어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공은 다시 인천시로 넘어왔다. 인천시는 ‘지난 3년여간 뭘 했느냐’는 질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는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어떤 방안이든 은하레일 문제를 일단락 지어야 할 입장이다. 시는 일단 전면철거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250억원의 철거 비용도 비용이지만 내년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사업계획대로 모노레일을 운행하려면 재시공 수준의 보수·보강 작업이 필요하다. 인천교통공사는 이 작업에 최소한 15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다시 돈을 들여 운행에 들어간다 해도 해마다 쌓여갈 운영적자가 걱정이다. 월미도 지역의 관광교통 수요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천발전연구원은 직영으로 운영할 경우 개통 1년차(2014년)에 29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적자폭이 계속 증가해 2042년에는 연간 56억원까지 늘어난다는 것이다.

 대체 활용 방안으로 레일바이크 등이 거론되지만 최대 400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인천시는 월미은하레일에 더 이상의 예산을 쓰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민간업체를 참여시키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운영적자 우려 등으로 나서는 업체가 없다. 인천교통공사 오홍식 사장은 “시민과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이른 시일 내에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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