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법원경매에 '바지'들이 떴다는데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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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요즘 법원경매 시장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습니다. 4·1 부동산종합대책 등의 영향으로 투자 환경이 좋아진 영향이죠. 법원경매장마다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일부 지역에선 말 그대로 ‘발 디딜 틈’도 없습니다. 투자 수요가 몰리니 사람이 많은 것도 이상한 일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 법원경매 시장 전방위로 투자 분위기가 확산되는 건 아닙니다. 몇 번씩 유찰돼 값이 싸진 중소형 아파트 등에만 투자자가 몰리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도 왜 경매장마다 사람들로 북적일까요. 법원경매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이런 대답이 돌아 옵니다. “그래서 실제로 입찰 경쟁률이 높던가요?”. 사람이 많으면 입찰 경쟁률도 높아야 하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면피 위해 바지 세우기도

법원경매 시장에 뿌리 내린 이른바 ‘경매 브로커’ 때문이라고 합니다. ‘싸게 살 수 있다’는 환상을 좇아 법원경매에 몰리는 이들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바로 경매 브로커죠. 경매 브로커는 쉽게 말해 바쁜 투자자를 대신해 경매에 참여, 대신 낙찰받아 주는 사람입니다.

투자 대상부터 권리분석, 입찰·낙찰, 명도를 대신해 주고 수수료를 받습니다. 대리입찰과 명도를 해주면 감정가의 1%나 최저 매각가의 1.5% 정도의 수수료로 받습니다. 바쁜 투자자를 대신해 번거로운 일을 다 해주니 참 편리합니다.

한 달에 전국에서 20만건 정도가 경매에 붙여진다고 하니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닙니다. 하지만 요즘 법원경매 시장엔 이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경매 브로커는 낙찰돼야 수수료를 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가 입찰을 유도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겁니다. 낙찰 받기 위해 가격을 높게 써내라고 유도하는 것이죠. 그러나 향후 가격이 공개되면 낙찰자의 항의가 만만치 않겠죠. 그래서 이른바 ‘바지’를 내세우기도 합니다.

고가 입찰을 권유하는 한편으로 아는 사람을 그보다 조금 낮은 가격으로 입찰시키는 겁니다. 예컨대 낙찰자를 꼬셔 1억원에 입찰하게 한다면, 바지를 내세워 9500만원을 쓰게 하는 식입니다. 그래야 낙찰돼도 항의를 받지 않고, 항의를 받더라도 면피할 수 있으니까요.

급매물 시세 등은 직접 확인해야

전문가들은 이런 일이 다음달 초까지는 빈번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음달 말이면 취득세 추가 감면 혜택이 종료되기 때문입니다.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으려면 잔금을 내야 합니다.

낙찰 후 허가 및 항고 기간이 기본적으로 2주 소요되기 때문에 최대한 다음달 중순까지 낙찰된 물건만 6월 말까지 잔금 납부가 가능합니다. 기왕 법원경매로 집을 살꺼면 취득세를 덜 내기 위해 서두르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얘깁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그랬습니다. 취득세 추가 감면 혜택 종료를 앞두고 지난해 12월 서두르는 투자자 때문에 고가 낙찰에 수두룩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초엔 서울중앙지법에서 낙찰된 서초구 서초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가 28억원에 낙찰됐는데 2위 응찰자의 입찰가가 19억원 정도였습니다.

2위보다 단 1만원만 높게 입찰해도 낙찰하는데 문제가 없는데 결과적으로 9억원 가까이 더 주고 산 셈이죠. 이런 일에 경매 브로커가 나서는 겁니다. 물론 경매 브로커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낙찰률을 높이기 위해 높은 입찰가를 유도하는 일이 잦은 것은 사실입니다.

취득세 추가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경매를 서두른다면 조금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일입니다. 그렇다고 경매 브로커를 기피할 이유는 없습니다. 편리하니까요. 대신 고가 낙찰에 빠지지 않으려면 바쁘더라도 해당 물건의 급매물 시세 등은 직접 확인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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