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가지 맛 한우, 일본 와규 못지 않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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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속림(35) 셰프

일두백미(一頭白味)라는 말이 있다.

한우 한 마리에서 100가지 맛이 나온다는 뜻이다. 이를 증명하듯 한국에선 예부터 한우를 부위에 따라 다양하게 조리하며 그 맛을 즐겨 왔다. 한국처럼 쇠고기를 세세하게 나누고 구이·전골 등 특징에 따라 다채로운 요리를 선보이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대만 사람인 나 역시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한우다. 국적은 대만이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란 덕분에 대부분의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잘 먹는다.

 그중에서도 부드러운 육질과 풍부한 육즙을 가진 한우를 맛본 뒤 자꾸 찾게 된다. 누군가에게 어떤 집 쇠고기가 맛있더라는 소리를 들으면 꼭 가봐야 직성이 풀린다. 이 정도로는 성에 안 차 인터넷으로 검색해 소문난 집을 찾아가기도 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서울과 수도권의 모든 한우 전문점은 다 가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다. 주변 사람들로부터는 한우 애식가, 한우 매니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한우 맛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신선도와 육질, 그리고 고기를 익히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구이는 센 불로 빠르게 고기를 익힌 뒤 불 조절을 하면서 속을 살짝 구워야 한다. 돼지고기와 달리 약한 불에서 오래 구우면 육즙이 모두 빠져나가 퍽퍽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우를 즐겨 먹으면서 한 가지 아쉽고 안타까운 점이 있다. 맛 좋은 한우가 다른 나라 사람에게는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다. 일본 쇠고기인 와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특급호텔이나 일류 음식점에서 고급 요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한우도 이에 못지않은 품질과 맛을 지녔는데도 그만한 대접을 못 받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에서 한우와 관련한 요리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해 현재 몸담고 있는 호텔의 중식당 총괄셰프가 되면서 개발한 송이 한우 볶음과 흑후추 한우 볶음이 그 결과물이다. 기존 한우 탕수육도 고기를 튀기는 과정에서 육즙이 최대한 빠져나가지 않도록 새로운 조리법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한우가 전 세계 고급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진속림(35) 셰프는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의 중식당 ‘천산’을 총괄하는 주방장이다. 동국대 경상학과 재학 중 중국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요리에 대한 재능을 발견해 요리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1997년부터 연경 청담 본점과 리츠칼튼 서울호텔, 플라자 호텔 등에서 근무했다. 지난해 12월 천산의 최연소 총괄셰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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