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티지 "핵이냐 체제붕괴냐 … 북 선택하게 제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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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북핵의 ‘평화적 해결책 가능한가’와 ‘동북아의 긍정적 진로 전망’을 주제로 한 2, 3세션에서 토론자들은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 이후 미·중 패권경쟁과 한반도 문제라는 복잡한 방정식의 해법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2 세션 사회를 맡은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는 “북한 문제가 동심원의 가장 안쪽 원이라면 미·중 경쟁이 바깥쪽을 둘러싼 원”이라고 비유했다. 김 대기자는 “북한 문제와 미·중 사이의 경쟁이 밀접하게 연결된 것이 아닌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에 대해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주한미군이 있는 한 북한은 여전히 중국에 완충지 역할을 제공하겠지만 중국도 (북한의 도발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발언 요약.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북한이 외부의 적을 강조해 신정체제를 유지하려는 상황에서 대화는 어렵다. 미국은 북한에 반복적으로 속았다는 생각에 지쳐 있다. 신뢰를 구축해야 하지만 과거의 경험에 비춰 보면 대북 지원을 통해 얻은 것이 없다. 한국은 신뢰 프로세스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북한에 명확한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한다. 핵무기를 포기하고 원하는 것을 얻거나 체제를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 금융제재 등 맞춤형 제재가 필요하다. 신뢰 프로세스의 장점은 김정은이 나서기만 하면 대화의 창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아베 총리 집권 이후 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국민의 자신감이 살아나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최근의 역사문제 등에서 보여준 일본의 행동은 용인하기 어렵다.

MD로 차단할 수 있다면 북핵 무용지물

 ▶김태영 전 국방장관=북한과의 전략적 관계 유지보다 한국이나 ‘통일된 한국’과 관계를 유지하는 게 경제성장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중국을 납득시키는 게 중요하다. 우리 정부는 북한 문제를 단지 외교적 노력으로 풀려고 한다. 클라우제비츠는 ‘외교와 군사는 동전의 앞 뒷면과 같다’고 했다. 외교적 수사 뒤에 군사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한국에 쐈을 때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을 통해 핵을 차단할 수 있다면 북한 핵무기도 무용지물이 된다. 북한이 위협으로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할 때 신뢰 프로세스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존 햄리 CSIS 소장=미국의 운명은 한국의 안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양국은 이해관계를 같이 한다. 지속 가능한 다자주의 체제를 생각하면 중국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중국은 동북아의 평화적 환경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을 제외한 한·중·일 등 동북아가 모두 평화를 원한다. (북한의 변화가 없는 한) 결국 망하는 건 북한이고, 북한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 이상적이다.

중국, 북한을 미·중관계 해치는 변수로 봐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시진핑(習近平) 정부 들어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강대국과 약소국의 관계로 재정립하고 있다.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보기보다 미·중 관계를 해치는 변수로 보는 셈이다. 특히 북한의 핵 보유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배치된다. 중국은 북한이 3~5년 뒤 핵을 무기화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최대한 핵 무기화 시간을 늦춘 뒤 관리 통제할 방안을 만들려고 한다. 중국은 현재 새로운 세계·아시아·한반도 전략을 고민 중인데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이 중요한 전략적 계기가 될 것이다. 현상 유지를 넘어 중국의 이해관계를 설득하고 판을 흔들어야 새로운 기회가 마련될 수 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향후 우리는 ‘4S’에 집중해야 한다. 북핵에 대비한 안보(Security), 대북 제재(Sanction), 6자 회담(Six party talk), 북한 정권과 주민 분리(Separation)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현 상황은 한·미·일 3각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나쁘다. 한국 편이냐 일본 편이냐고 미국에 묻긴 어렵지만 국제적 기준에 의해 평가를 내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예컨대 종군위안부는 한국이나 일본을 떠나서 인류 차원으로 볼 때 일본의 잘못이다. 북한을 상대로 제재와 대화에 엇박자가 나면 안 된다. 한·미·중이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데 일본은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면 일관성이 떨어진다.

특별취재팀=장세정·이지은·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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