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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적색불개미 '공습 경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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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3월 17일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가 단 몇 초 만에 통과되자 한반도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울분과 분노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일본 각지에서 현청 소재지인 마쓰에로 집결한 우익단체 회원들이 마치 전쟁에서 이기고 개선한 병사처럼 의기양양해 객기를 부리면서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보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회의 시작 두 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현청 의회 청사 주변에 집결한 우익단체 회원들은 만세삼창과 구호를 외쳤다고 한다. 더구나 100여 명의 회원 가운데엔 군복차림에 삭발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니 그들이 군국주의 망령에 빠져 어떠한 도발을 할지 심히 걱정스럽다. 그들이 한반도 침탈 야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이상 그들의 야욕을 분쇄할 적절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영토 침탈이 국가와 군사력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개미 중에서 남미가 원산지인 살인 적색불개미(Solenopsis invicta)는 어느 땅이든 상륙하면 무서운 피해를 끼친다. 이들은 1930년 미국 화물선의 목재에 묻어 플로리다에 상륙한 뒤 북으로 올라가면서 캘리포니아와 다른 서부 지역으로 확산됐다.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서는 그 지역 개미의 3분의 2가 이들에 의해 사라져 버려 생태계에 교란이 일어났다. 그들은 가축을 공격해 눈을 멀게 하는가 하면, 밭의 어린 농작물에 해를 끼쳐 농사를 망치게 하기도 하고, 가정집에 침입해 사람을 물어 쇼크를 일으키게 하고, 심지어 전선을 갉아먹기도 한다. 전자기구를 파손시켜 전선이 노출됐을 때 전기쇼크를 받고 그것을 즐긴다고 하니 이들의 공격성이 얼마나 무서운지 짐작이 간다. 미국 정부는 이들을 방제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01년 호주에서 살인 적색불개미가 발견돼 호주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대형 군서(群棲)를 이루면서 수십㎞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이들은 가축을 공격하는가 하면 호주 고유 곤충들까지 무참히 공격해 호주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이들은 미국으로부터 도입된 것으로 생각되며 3년 정도 된 적색불개미 집에는 보통 25만 마리의 일개미, 수백 마리의 수개미, 생식능력이 있는 여왕개미가 있다. 한 집의 구성원이 약 30만 개체가 될 때까지 성장하기 때문에 대형 군서를 이루면서 펴져나간다. 그래서 이들을 공포의 살인개미라고 부른다.

그런데 드디어 2004년 11월 이웃나라인 중국 광둥(廣東)성 일대에서 살인 적색불개미가 발견된 것이다. 광둥성 검역 당국 관계자들은 "대만에서 수입한 재활용 폐품에 묻어 이들이 들어왔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잔장(湛江)시 일대 지역 주민들을 공격해 일부 피해 농민과 어린이는 아직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홍콩으로 건너가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돼가다 며칠 전 홍콩 시내까지 침투했다. 이들은 떼지어 몰려다니며 가축과 곡식을 가리지 않고 사람까지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이 살인 적색불개미에게 물리면 몸이 퉁퉁 붓고 혼수상태에 빠지는가 하면 심하면 목숨까지 잃는다. 이들을 조기에 퇴치하지 못하면 지진해일에 이어 또 다른 큰 재앙이 될 것이다.

이들은 남미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호주로, 호주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홍콩으로 전파되고 있다. 중국은 바로 이웃나라다. 이들은 선박이나 항공기를 통해, 또는 보따리장수들의 짐을 통해서도 한반도에 상륙할 수 있다. 이웃나라의 영토 침탈 야욕도 경계해야 하지만, 은밀하게 침투하는 살인 적색불개미들도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의 비상 경계가 요구된다.

김병진 원광대.곤충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