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가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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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관상가들은 흔히 사람들을 몇 가지「타입」으로 나눈다. 그 중에 범죄형이란 게 있다. 눈에 독기가 있고, 머리털이 유별나게 뻣뻣하고, 갈퀴를 하고 있고, 턱이 앙칼지고, 이마가 흉할 만큼 비좁고, 얼굴에 균형이 없고…. 대체로 이런 상을 범죄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험상궂고 음험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면 범죄를 저지르기 쉽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요새는 반드시 범죄형만이 범죄를 하는 것은 아닌가보다. 흔히들 본능적 충동에 움직이기 쉽고, 선악의 판단력이 박약한, 그러니까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범죄를 하기 쉽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다. 요샌 고등교육을 받고 지능지수가 높은 지능범이란 것도 흔하다.
그것은 어찌 보면『우리가 모두 합법적으로 하는 것을 비합법적 수단으로 하는 사람』이니『우리와는 달리, 재수 없어서 또는 솜씨가 모자라 잡히는 사람』이 곧 범죄자라는「로이크로프트」사전의 비꼰 정의가 이제는 판을 치게 된 때문인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범죄적인 풍토 속에 모든 것이 젖어 있을 때에는 범죄를 가름하는 기준이 매우 모호해진다. 범죄를 안하는게 오히려 쑥스러워지고, 범죄를 하는 것보다도 범죄를 하다 잡히는게 오히려 어리석은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요새는 관상가도 귀골상과 범죄형과를 분간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그러기에 요새는 그런 판단은 제쳐놓고, 돈을 벌겠느냐 출세하겠느냐하는 것만을 얘기해 준다. 듣는 편에서도 그런 것만을 말해주는 것이 훨씬 고맙다.
태양이 따뜻해지고 꽃이 피는 화창한 계절이면서도, 그럴수록 오히려「잔인한 달」로만 보이는 4월에 접어들면서부터 자살건수도 늘고 범죄자도 부쩍 늘었다. 여성범죄도 근래에 이르러 격증하였다. 여기에는 가난의 원인이 50%나 된다지만, 문제는 자살자를 어리석은 놈이라고 비웃는 범죄자들이 많은 게 아닌가하는 것이고, 그만큼 범죄적인 풍토에 젖어있는 우리가 아닐까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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