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가스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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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 LNG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산업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가스 도입 다변화 정책은 아직 별 성과가 없다.

 대표적인 게 러시아로부터 들여오기로 한 PNG(파이프라인 천연가스) 도입이다. 2008년 9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로부터 PNG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파이프라인 건설공사에 120조원을 투입하고, 30년간 연 750만t의 천연가스를 러시아로부터 공급받으려 했다. 이 전 대통령은 3년 뒤인 2011년 11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PNG 도입 계획에 재합의했다. 이에 따라 올해 9월에 가스관 건설공사에 착수하고, 2017년 1월부터 가스공급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었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에 대응해 가스 판매처를 넓히려는 러시아와 값싼 천연가스 도입이 시급한 한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하지만 PNG 도입 계획은 남북 관계 경색으로 올 9월 착공은 사실상 물건너갔다. 정부 관계자는 “개성공단마저 꼬이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 PNG사업이 진척되기는 어렵다”면서 “앞으로 남북관계가 나아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일 3국 간의 잠재적 갈등 요인인 메탄하이드레이트 개발도 관심거리다. 외견상 드라이아이스와 유사해 일명 ‘불타는 얼음’이라고도 불리는 메탄하이드레이트에 대해 각국은 차세대 에너지 자원으로 보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메탄하이드레이트는 깊은 바다 속의 저온과 고압 상태에서 천연가스가 물과 결합해 생긴 고체 에너지원으로 LNG 환산t 기준으로 약 10조t이 전 세계에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에너지 수요를 최소 350년에서 최대 3500년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우리나라도 2005년 독도 인근 해저에 국내 30년분 소비량인 약 6억t에 달하는 메탄하이드레이트 부존을 확인했다. 그러나 아직 생산기술이 미흡해 상업생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 상태다.

 반면 일본은 지난 3월 아이치(愛知)현과 미에(三重)현 앞바다에서 세계 최초로 해저 메탄하이드레이트로부터 가스를 채취하는 데 성공하며 우리보다 한 발 앞섰다. 일본 자원에너지청은 일본 근해에 자국내 천연 가스 사용량의 100년분에 상당하는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은 올여름부터 동해의 메탄하이드레이트 매장량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중국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부근에서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매장된 사실을 확인했다.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대규모로 매장돼 있는 독도와 센카쿠열도는 한·중·일 3국의 EEZ(배타적경제수역)가 겹쳐 있기 때문에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한·중·일 3국 간에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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