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에 갇힌 「의무교육」|취학아 배없어 진학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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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보령군 하외연도=남상찬·윤정규기자】서해의 낙도 보령군별천면외연도리의 황도, 횡견도, 오도의 섬어린이들은 새학기가 되었어도 거센파도를 이겨낼배가없어 학교에 갈 엄두를 못내고 거센파도를 원망스러운듯 바라보며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세섬에는 올해 취학해야할어린이 32명이 발이 묶인채 등교를 못하고 있다.
횡견도의 최정식(10)군등 섬 어린이들은 『발동선 1척만 있으면 눈앞에 보이는 외연도국민학교에 다닐수 있으나 파도가 심해 우리들 섬에있는 전마선으로는 바다를 건널수 없어 종소리만 울려도 미칠지경』이라는 것이었다.
황도, 횡견도, 오도는 국민학교가 있는 외연도에서 불과 5∼3킬로. 빤히 보이는 곳이었다. 눈으로 보고도 못가는 것은 이들 섬 사이를 흐르는 파도가 거세어 조용한 날이라야 1미터의 파도가 넘실거리고 있다.
이웃 외연도 국민학교에 가는것은 이들섬 어린들의 모든꿈. 그들은 책가방 대신 김바구니를 옆에끼고 거센파도가 부딪치는 바위끝에서 암해태따며 바다건너 외연도쪽을 바라보고 있다.
육지에서 동력선이라도 안올때는 한달이고 두달이고 갇혀있어야하는 불과 1평방킬로미터 안팎의 세섬.
황도에는 9가호 62명이살고 적령아가 14명, 횡견도에 8가호 54명이살며 적령아 13명. 오도엔 4가호 24명에 5명의 적령아가 버림받은채 학교에 못가고 있으며 적령 초과자만도 세섬에 27명이 문맹자로 외면되고 있다.
섬 근처의 바다에선 우렁이·갈치·조기등과 김이약간 나올뿐 가난에 쪼들려 체념부터 배우는 어린이들 이었다. 섬사람들은 자립은 커녕 모두가 육지의 상인들에게 매달려있는 처지. 상인들에게 돈을 빌려 빚을 안고 그빚을갚기에 1년어로수확은 현물채 몽땅 빼앗겨 버린다.
그중 돈이라도 조금 번 섬사람들은 한둘씩 육지로 나가고 남은 사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난한 어부들.
5·16 혁명직후 당국에서 1인당 매월 5백원씩의 급식비가 나와 이섬 어린이들 20여명이 외연도 국민학교에 2∼3학년까지 하숙을 하며 다녔으나 그것마저 떨어진 후엔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 보령 교육장 임씨는 보령군의 금년도 무교도서 의무교육비가 86만 1천원이라 했다. 이러한 재정형편으론 1백만원이 드는 통학선의 마련이란 꿈에 불과하다 했다.
횡견도의 고순자양(8)은 『우리집에서 외연도 국민학교가 빤히 보이지요. 종소리도 들린답니다. 아저씨 배1척만 보내주세요 네.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고 싶어요』라고 했다.
이상학군(10)은 『공부요? 몰라요. 이런거 나르고 그래유』하면서 잔뜩 메고있던 김다발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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