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클리닉] 각방 쓰는 부부-전문가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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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부인은 남편에 대해 배신.분노.혐오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인처럼 결혼 초기부터 남편과의 관계에서 두려움.분노를 참고 아이들만을 바라보면서 힘들게 살아온 분들은 자녀들이 성장해 가정을 벗어나기 시작하고 갱년기에 접어들면 빈둥지 증후군, 폐경기 우울증 등을 겪기 쉽습니다.

특히 우울증은 면역기능을 약화시켜 각종 신체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미국 워싱턴대의 카레르 박사는 부부관계에서 표출되는 분노는 특히 부인의 심혈관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정신생리적으로 대단히 유해하다고 경고했습니다. 따라서 부부관계에서 표출되는 분노감을 평소에 적절하게 처리하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부인에게 다음 세가지를 권하고 싶군요.

첫째는 방안에 칩거하기보다 현재의 생활에서 자신의 가치를 살리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을 찾아보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절대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죠. 자신을 포기하면 스스로를 돌보지 않게 되고 아이들에게만 의지하게 됩니다.

셋째는 아무리 각방을 쓰더라도 남편과의 기본적인 대화 채널을 유지하라는 것입니다. 대화가 완전히 단절되고 힘들고 괴롭던 과거의 기억에만 사로잡혀 있으면 부부관계가 영영 회복되지 않으며 하루하루의 생활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됩니다.

만약 부부 간의 자발적인 대화가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친지.종교인의 도움을 받거나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본격적인 부부치료를 받을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유범희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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