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살다보니] 플로리안 슈프너 한독상공회의소 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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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내가 1970년 3월 처음으로 한국에 왔을 때 한국은 개발도상국이었고 아직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세계 12위의 산업국가로 성장했다.1968년에 한국은 단 한 척의 배도 건조할 수 없었지만 2000년도에는 세계최대의 선박제조국이 됐다.

1985년도에 한국은 국산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2003년 현재 세계 6위의 자동차 생산국이다.또한 1992년도에 처음으로 메모리칩을 생산하기 시작,2001년도에는 세계최대의 메모리칩 생산국이 됐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정책에 힘입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산업국가로 성장하는 데 성공한 나라다.

한국은 1997년 사상최대 규모의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을 받았는데 2002년에는 전액을 조기상환했다.한국은 1997년 말 최대의 경제위기를 맞았지만 3년 뒤에 근본적인 개혁을 이뤄냈다.

한국의 경제정책은 재벌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1981년 이래 모든 한국 대통령들이 이것을 바꿔 보려고 노력했지만 2003년도에도 국민총생산(GNP)의 약 50%가 재벌에 의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02년도에 한국은 월드컵에서 뛰어난 성과를 이룩하였는데 놀랍게도 4강에까지 진출했다.

이처럼 한국은 대단히 역동적인 나라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건물.도로 등이 건설된다. 한국을 떠났다가 1년 뒤에 다시 방문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 분야에서 큰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독일은 대부분의 도시에서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리의 모습이 변한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독일은 대체적으로 큰 변화가 없는 정적인 모습인 반면 한국은 매우 역동적이며 다양성을 가진 나라다.나는 이러한 한국인의 역동성을 대단히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이러한 급속한 발전의 이면에는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급속한 산업화 등으로 인하여 한국인들의 훌륭한 전통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볼 때 한국인은 특히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강한 공동체 의식을 발휘했다. 또 이웃 간에 넉넉한 인심이 있었으며, 아주 예의가 바른 민족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인들은 그런 훌륭한 전통을 아주 망각한 것 같이 보인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국가경쟁력의 초석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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