奇策이냐, 당당함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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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제2국
[제3보 (35~51)]
白·중국 王 磊 8단 | 黑·중국 胡 耀 宇 7단

35로 밀어 바둑은 부분적으로 중반전에 돌입한 양상이다. 그러나 '큰눈사태형' 정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마지막 대목이 진짜 난해한 곳이기도 하다.

35에 대해 한국기사들은 '참고도'처럼 백1로 늘어둔다. 그게 당당한 돌의 흐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백이 미생이어서 A의 공격을 받을 수 있겠지만 B로 꼬부리면 중앙 흑과 일전을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왕레이8단은 36의 치중에 이어 38로 두는 수를 좋아한다.(王8단은 준결승전 두판에서 모두 이수를 두고 있다).

38은 일종의 기책(奇策)이다. 요도(妖刀)의 냄새가 나기도 한다. 이수는 흑이 먼저 38자리를 젖히기 전에 삶의 모습을 갖추자는 의도가 있다. 42로 끝까지 이곳을 두었을 때가 묘하다.

흑이 계속 '가'로 잡게 되면 백도 이젠 '나'로 뻗게 된다. 그런데 43에 하나 끊어 두면 흑은 '가'를 당장 둘 필요가 없다.

백돌이 '나'에 있는 것이 44보다는 나으므로 흑은 당연히 43에 끊게 되는데 부분적으로 이 백은 완생이란 이점이 있다.'다'가 선수이므로 완벽하게 살아 있는 것이다. 완생은 상당한 이점이다. 왕레이는 그 점을 높이 산 듯하다.

45는 후야오위7단의 날카로운 감각을 엿볼 수 있는 한수다.50으로 달아났으나 51의 씌움이 절호여서 초반 흐름은 흑이 화려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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