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도 매각도 쉽게 … 제2 벤처 붐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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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을 팔 때 증여세가 면제된다. 벤처를 사는 기업엔 기술가치 금액의 10%가 법인세에서 공제된다.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경우 계열사 편입이 3년 미뤄진다. 벤처기업이 주식을 교환할 때는 양도소득세 과세가 일정 기간 연기된다. 에인절(초기 단계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사람) 투자금의 소득공제 비율은 기존 30%에서 50%로 늘어난다. 코스닥의 전문성 보장을 위해 코스닥시장위원회가 한국거래소 이사회에서 분리돼 독립기구에 준하는 수준으로 바뀐다.

 정부는 1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벤처·창업 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의 핵심은 인수합병(M&A)의 걸림돌 제거다. 벤처기업을 쉽게 팔고, 판 돈으로 또 다른 벤처를 만들기 쉽게 하자는 것이다. ‘창업→성장→회수→재투자·재도전’의 과정이 막힘 없이 순환되는, 미 실리콘밸리형 벤처 생태계 시스템이다. 유튜브·페이스북 같은 벤처기업들이 이런 식으로 탄생했듯이 미국은 벤처로 축적된 자본으로 다시 벤처를 세우는 선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이런 흐름이 막힌 상태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미국의 에인절 투자 규모는 25조원인데 우리는 296억원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미국의 14분의 1이지만 에인절 투자 규모는 미국의 842분의 1에 그친다. 그만큼 벤처 생태계에 흐르는 ‘피’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창조경제 실현 기반의 첫걸음이 벤처 생태계 조성인 만큼 정부는 창업 기업들이 끊임없이 재도전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 정착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최 장관은 과거 정부와의 벤처정책의 차이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김대중정부 때는 융자 위주로 정책이 진행돼 한번 기업이 쓰러지고 나면 중간에 회수할 수 있는 시장이 부족했다”며 “(새 정책을 통해) 중간 회수 시장을 에인절 펀드가 담당할 수 있도록 하고, 해외 투자와 M&A 등을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같은 벤처 생태계 개선을 위해 올해 안으로 5000억원 규모의 ‘미래창조펀드’를 조성하는 등 투자·융자·보증을 통해 모두 3조3139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번 정부 벤처 대책으로 향후 5년간 벤처·창업 생태계로 유입되는 투자자금이 당초 전망치보다 4조3000억원 증가한 10조6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최준호·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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