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내 사람 내 곁에'… 측근 딩쉐샹 비서 기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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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딩쉐샹(左), 리잔수(右)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들이 권력 핵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을 다지고 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한 장기 포석으로 보인다.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는 중국 공산당 고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딩쉐샹(丁薛祥·51) 상하이(上海)시 정부 정법위원회(정법위) 서기가 당 중앙판공청 부주임 겸 국가주석 판공청 주임으로 내정됐다고 15일 전했다.

중앙판공청은 한국의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실을 합친 부서다. 주요 직무는 당 중앙의 문건 작성 관리, 중앙 중요 공작부서의 업무 검사, 전국 당정 조직의 비밀 통신과 비밀 관리, 중앙 주요 기관에 대한 정보 수집, 영도자 경호 등이다. 국가 경영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장악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중국 권력의 중추로 통한다.

 딩의 파격적인 발탁 배경은 시 주석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시 주석이 2007년 상하이 당서기 시절 판공청 주임(비서실장)을 지냈다. 당시 시 서기는 2006년 부패 혐의로 실각한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 서기 사태 수습에 자신의 정치 명운을 걸었다. 이때 딩은 시 서기를 도와 1년 만에 상하이 여론 수습과 행정 정상화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위기 관리 능력을 인정받은 시 서기는 같은 해 말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하며 차기 대권을 예약했다. 이후 시 서기는 딩을 ‘국가의 탁월한 인재’라며 중용을 예고했다. 장쑤(江蘇)성 난퉁(南通)이 고향인 딩은 1982년 상하이시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후 30년간 상하이를 떠나지 않았다.

 딩이 발탁되면 시 주석은 중국 권력의 핵심인 중앙판공청 요직을 모두 자기 사람으로 채우는 데 성공하게 된다. 지난해 11월에는 시 주석의 측근인 리잔수(栗戰書·63) 전 구이저우(貴州)성 서기를 판공청 주임으로 끌어올렸다. 리 주임 역시 80년대 시 주석이 허베이(河北)성 정딩(正定)현 서기(1982~85)로 있을 때 이웃인 우지(無極)현 서기로 근무하며 시 주석과 인연을 쌓았다. 당시 시 서기는 현 대표단 8명을 이끌고 미국 아이오와주 시골 마을 머스카틴을 방문해 자매결연을 하며 국제화 감각을 키웠는데 리 서기가 많은 조언을 했다. 리 주임은 2017년에 열릴 제19차 당대회에서 나이 제한으로 퇴임이 예상된다. 이 자리는 딩이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평론가인 왕야(王雅)는 “시 주석의 권력은 사실상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이끄는 상하이방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당 총서기 취임 6개월이 지나도 그의 진정한 수족들이 주변에 없었다. 딩이 중앙판공청 부주임으로 임명되면 이는 그동안 관망하던 시 주석이 본격적으로 자기 측근들을 요직에 기용하겠다는 신호여서 향후 핵심 인사를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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