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식 게이트’ 패스21, 새주인 새출발

중앙일보

입력

'윤태식 게이트’로 끊없는 구설수에 시달리던 생체인식 벤처기업 패스21의 새로운 대주주가 등장했다. 스포츠마케팅 전문업체인 피코코(www.fikoco.co.kr)의 김경민(42) 사장이 화제의 주인공.

김사장은 지난 4월16일 윤태식씨의 패스21 지분 42%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윤태식씨는 변호사를 통해 이를 승인했으며, 회사의 대외적인 이미지 등을 고려해 지분을 흔쾌히 넘기기로 했다는 것이다.

패스21의 새로운 대주주 영입은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말 한 거래소 상장기업과 깊숙히 진행되기도 했었으나, 검찰의 추가 기소가 없어야 한다는 등 인수자측 단서 조항으로 결국 성사되지 못했었다.

이 와중에 김사장이 윤태식씨의 변호사를 통해 회사 인수 의사를 제의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사장은 고교시절 축구선수로 활동하다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은 후 부산에서 신발공장을 운영해온 사업가. 부산에 골프연습장도 갖고 있으며, 현재 운영 중인 피코코는 월드컵 기념품인 열쇠고리·가방 등을 판매하는 업체다. 김사장은 생체인식 전문업체를 운영할 만한 관련 기술력이나 업계 경험은 전무한 상태다.

인수자금은 모두 93억원. 윤씨가 보유한 패스21 주식 31만주(패스21 전체 지분의 42%)를 주당 3만원(액면가 5천원)에 인수했다. 현재 장외 거래가격은 4∼5만원대. 패스21측은 김사장이 모두 이 자금을 투자한 것이 아니라 김사장이 평소 친분이 깊은 재일동포 기업인들로부터 모집한 투자펀드를 통해 투자금의 60%를 충당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오오사카에 거주하고 있는 재일동포 상공인이라고만 밝히고 투자자들의 자세한 인적사항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모두 김사장을 통해 인수자금만 투자한 형식이라 주식 명의는 모두 김경민 사장으로 돼 있다. 이 자금을 통해 김사장은 윤씨 지분과 윤씨가 보유한 특허권(지문인식을 위한 폰뱅킹 시스템 등), 그리고 4개의 자회사를 모두 인수했다.

회사 인수 배경에 대해 김사장은 “첨단 분야인 IT(정보기술)쪽에서 일하고 싶었고 사업 전망도 밝다고 나름대로 판단해 회사를 인수하게 되었다”며 “인수 결정 전 회계법인을 통해 실사 과정도 거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패스21의 기술력이나 장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의식한 듯 “물론 기술력이 없고 윤씨의 구속 때문에 전망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현재 금융권에서 사업을 하고 있고 기술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재 김사장은 패스21 회사로 출근하고 있으며, 직원 면담 등 조직 정비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 사장인 김석구 사장은 당분간 회사를 떠나지는 않을 예정.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새로운 대표이사 영입도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관련 기술에 대한 이해력이나 노하우가 많은 대표가 영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김경민 사장은 대주주로서 회사 운영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에 국한될 것이라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한편 패스21 소액주주들의 동호회 게시판에는 엇갈린 의견이 오르내리고 있다. 회사의 미래를 밝게 점치는 주주들이 여전한 반면, “더 이상 미련을 두지 마라”는 등 매도 종용 의견도 줄을 잇고 있다.

윤태식씨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막대한 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하지만 과장된 언어로 회사의 미래를 장밋빛으로만 과도하게 포장하고 주식 로비 등 불법으로 회사 규모를 키워온 윤씨가 이같은 차익을 올리는 데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패스21은 이번 대주주 변경이 윤태식씨 구속 수감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벗어버릴 수 있는 계기로 보고 사명 변경 여부도 적극 고려 중이다. 간판도 내리고 오명을 벗고 새출발을 위해 ‘새술은 새부대에’를 외치고 있지만, 말처럼 그리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주주 변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참신한 기술력에 기반한 실질적인 경영성과이기 때문이다.

출처: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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