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잘 입는 남자 패션 ‘퍼니 캐주얼 수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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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펠트 플라워 부토니에가 달린 재킷은 라르디니 by 분더샵(클래식). 화이트 셔츠 엠비오. 옐로 보타이 드레익스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핑크 포켓치프는 에레디 키아리니 by 분더샵(클래식). 핑크 면 팬츠 G.T.A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벨트 안드레아 다미코by 샌프란시스코 마켓. 안경은 트리티by MIK 24/7. 백팩 빈폴 액세서리. 옥스퍼드화는 어그 오스트레일리아.

“왜 양말을 목에 매고 왔어?”

 스트라이프 패턴의 ‘니트 타이’를 매고 출근한 직장인 김영민(32) 씨에게 회사 동료들이 한 말이다. 남자 직원들이 핀잔 아닌 핀잔을 한 반면 여직원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어머 대리님, 타이 너무 예뻐요. 의외로 감각 있으신데요?” 그제서야 옆 자리 남자 동료도 어디서 산 거냐고 슬쩍 물어본다. 아내가 권해 준 니트 타이 하나 덕분에 김 대리는 회사에서 패셔니스타가 됐다. 이후 그는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즐거운 고민을 한다. ‘엊그제 산 부토니에 재킷은 언제 입고 출근하지?’ 요즘 옷 잘 입는 남자의 스타일링 키워드는 ‘위트’다. 싸이의 젠틀맨 패션의 코드인 정돈된 수트에 ‘위트(wit)’와 ‘펀(fun)’한 감각이 더해진 경쾌한 댄디 룩이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 토크쇼에 배우 이정재가 셔츠 위에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스카프를 매치하고 스터드(징 장식) 슈즈를 신고 출연했다. 이러한 퍼니(funny) 아이템들은 그를 여전히 센스 있는 패셔니스타로 각인시켰다. 위트 있는 수트 패션을 가장 잘 소화하는 인물로 많은 패션전문가들이 MC 유재석을 꼽는다. 허리선이 들어간 데다 기장이 짧은 슬림 핏 재킷에 핑크 팬츠, 보타이를 매치한 패션은 그의 재치 있는 이미지와 맞물려 의상 자체를 스마트 하고 위트 있게 느끼도록 한다.

 남성들의 액세서리에 대한 욕구는 매일 입으면서도 있는지도 몰랐던 재킷의 ‘포켓 스퀘어’에 관심을 몰고 왔다. 1cm 삐죽 고개를 내민‘포켓 치프(포켓 스퀘어에 꽂는 작은 손수건)’ 하나만으로도 근사한 스타일이 완성된다. 플라워홀(재킷 왼쪽 라펠(깃)에 있는 작은 구멍)도 활용하기 좋다. 플라워홀에 사과나 캔디, 디즈니 캐릭터 등 부토니에를 꽂으면 경쾌한 퍼니 룩이 연출된다.

 이탈리아 유명 수트 브랜드 ‘라르디니’ 재킷은 펠트 소재 부토니에가 기본으로 달려 있다. 따로 구입해 다는 것이 쑥스럽던 이들도 원래 달린 장식에는 마음을 열었다. 현재 라르디니 재킷은 강남구 청담동의 수많은 남성 편집매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제품 중 하나다. 빨간 무당벌레 부토니에가 달린 이탈리아 브랜드 ‘푸가토’ 재킷 역시 입소문난 인기 아이템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있는 편집 매장 ‘분더샵’의 남성 클래식 공간 최영중 분더샵 점장은 “보타이·부토니에·서스펜더(멜빵) 등 남성 패션 액세서리를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연령대도 20~30대에서 40~50대까지 다양하다”고 전했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씨 또한 남성들의 패션에 대한 욕구가 놀라울 정도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씨는 “개성 있는 스타일링을 위해 워너비 스타들의 패션을 벤치마킹하는 경우도 많다”며 “남성 패션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핑크·옐로·레드 등 컬러풀한 색상이 가미된 수트를 입고 다니는 남성도 거리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타이
목에 두르는 네크 웨어 중 하나로, 나비 넥타이를 말한다. 애초부터 나비모양으로 접힌 것과, 긴 끈 형태로 리본을 매야 하는 제품이 있다.

부토니에
재킷의 왼쪽 라펠(깃) 상단에 있는 구멍인 플라워 홀에 꽂는 꽃, 리본 등의 액세서리. 보타이와 함께 연출하면 한층 멋스럽다.

포켓 치프
재킷의 왼쪽 가슴에 위치한 포켓 스퀘어 안에 꽂는 작은 손수건. 솔리드 스타일과 도트 패턴이 즐겨 사용된다.

면 재킷
기장이 짧고 슬림한 디자인이 인기다. 투 버튼, 쓰리 버튼으로 모두 활용 가능하다. 캐주얼 재킷. 어깨가 가볍고 앞뒤가 슬림하며 다리가 길어 보인다.

백팩
어깨 양쪽으로 매는 가방. 깔끔한 수트 차림에 포인트로 백팩을 매치하면 실용성을 더한 세련된 오피스룩이 완성된다. 핸들을 이용해 토트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슬림 핏 롤업 팬츠
스키니 실루엣보다는 약간 여유가 있는 핏의 면 팬츠를 두 번 정도 접어 발목이 살짝 보이는 길이로 연출한 팬츠 스타일.

더비 슈즈
외형적으로 옥스퍼드 슈즈와 거의 비슷하지만 끈을 묶는 양날개의 시작부분이 아래 위 양쪽으로 열리는 구두. 발등 높이에 맞게 끈을 묶을 수 있어 편하다.

<글=하현정 기자 happyha@joongang.co.kr, 사진="김진원" 기자
모델=방태은(에스팀), 헤어=명원·메이크업=진아(보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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