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고위 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존슨」 미 대통령 특사 「사이러스·밴스」씨의 내한을 계기로 12, 13 양일간에 걸쳐 서울에서 일련의 한·미 고위 회담이 열린다.
정부는 그의 내한을 맞아 「1·21」 남파 무장 공비 서울 침공 사건과, 또 그 뒤에 잇달아 야기된 「푸에블로」호 납북 사건 처리를 둘러싸고 그동안 한·미간에 노정된 이견을 근본적으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그동안의 주된 한·미간의 이견은 북괴의 도발적 위협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었다고 할 것이다.
즉 한국측은 무장 공비의 남침이 장차도 계속되리라는 전망을 전제로 「1·21」 침공 사건을 중대한 전쟁 도발 행위요, 국가 안보상의 문제라고 본데 반하여, 미측은 오직 「푸」호 및 그 승무원 귀환에만 급급해왔던 인상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의 조야는 미국의 그와 같은 유화적 태도가 마침내는 북괴의 침략적 야욕을 고무시켜주는 결과로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개탄하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에서는 근년에 없이, 이번 사태에 즈음한 미국의 태도를 힐난하는 자발적인 국민의 소리가 조직화하였던 것이다.
이런 기본 정세와 한국민의 욕구에 감하여, 정부는 이번 한·미 고위 회담에서 한·미 상호 방위 조약의 개정 또는 보완 같은 외곽 조건과 주체적 방위 능력 향상 같은 내부 조건 개선 등을 미측으로부터 보장받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정부는 현안의 국군 장비 현대화 문제와 북괴 도발에 실력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 물질적 기반의 확립을 미측에 촉구하면서 취약하기 이를데 없는 방위 조약 제2, 3조의 개정이나 합의 의정서 또는 의사록을 통한 보완 및 작전 지휘권 이양 또는 참여 등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여기서 한·미간에 벌어질 구체적인 외교 교섭 내용에 대해서 세부적인 언급을 피하고자 한다. 그라나 우리는 이번 한·미 고위 회담이 한국 안보의 장래와 한·미 관계의 장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회담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그 귀추를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로 이번 회담은 절대로 의례적인 것이거나 무마를 위한 회담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우리의 주장을 여기에 피력해 둔다. 지금 심각한 북괴의 도발 위협 아래 있는 한국의 안보 문제가 그런 안일한 논의를 한치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함은 여기에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또 이른바 1억「달러」 추가 군원 정도로 그 위협이 근원적으로 제거될 상황도 아닌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오직 회담의 실질적 성과를 주목하고자 한다.
둘째로 이번 회담에서 미측은 한국이 놓여진 주·객관적 입각점을 폭넓게 이해하여야한다고 본다. 주지되어 있듯이 북괴는 연차적인 침략 계획과 부단한 「게릴라」 침투 계획 아래 한국의 안보를 간단없이 위협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그 야만적 집단들은 무수한 침공을 일삼을 것이 너무도 분명하다. 한국은 이제 거족적 태세의 확립을 불가피하게 강요당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한국은 동시적으로 아시아 공산주의의 엄준한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도전의 정례와 심도를 미국은 무엇보다도 적확하게 파악하여야 할 줄로 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