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하호에 헬기 추락 2명 실종 수중 구조하던 소방대원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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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산불 진화 작업을 하고 돌아가던 산림청 소속 헬기가 추락, 사고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하던 소방대원까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9일 오전 9시25분쯤 경북 안동시 임하면 임하호에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안동산림항공관리소 소속 헬기 1대가 추락했다. 사고 헬기는 임하댐 임하호 5m 상공에서 헬기에 장착된 8000L 크기의 물탱크 세척 중 갑자기 물속으로 떨어졌다. 헬기에는 박동희(58) 기장과 진용기(47) 부조종사, 황영용(42) 정비검사관 등 3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추락 직후 황씨는 헤엄쳐 탈출했지만 나머지 2명은 실종됐다.

 소방본부와 경찰은 헬기와 심해잠수요원 등 300여 명을 동원해 오전 11시30분부터 본격 수색에 나섰다. 경북 영주소방서 박근배(42) 소방장은 산소통을 메고 임하호 수심 34m 지점까지 들어갔다. 그러나 박 소방장은 잠시 뒤 소방본부와 연락이 두절됐다. 경북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날이 어두워지고 있을 무렵 무전이 되지 않았다”며 “얼마 뒤 ‘실종된 것 같다’는 보고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박 소방장은 오후 7시쯤 숨진 채 떠올랐다. 수색에 참여한 한 잠수요원은 “수심이 깊은 곳은 수압이 높고 수온이 낮아 ‘쇼크’가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특전사 출신인 박 소방장은 1996년 특채로 소방관에 임용됐다. 인명구조자격증과 잠수자격증을 갖고 18년 동안 조난, 건물 구조 활동을 한 베테랑 구조대원이다. 앞서 추락 헬기(s-64) 동체는 이날 오전 11시45분쯤 임하호 수심 30여m 지점에서 발견됐다. 산림청은 2007년 헬기를 구입해 산불 진화와 인명구조작업용으로 쓰고 있다.

 이번 사고와 관련, 산림청의 늦장 신고 의혹이 제기됐다. 산림청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경북 영덕에서 산불을 끄고 안동 산림항공관리소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오전 9시25분쯤 헬기는 항공본부와 교신이 두절됐다. 산림청은 13분 뒤인 9시38분쯤 무선교신을 다시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곧바로 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후 9시46분쯤 인근에 있던 다른 헬기에게 임하호로 출동할 것을 지시했고, 결국 이 헬기가 오전 10시12분쯤 임하호 상공에서 사고 사실을 확인했다.

 산림청은 사고 발생 1시간 뒤인 10시35분쯤 119에 신고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교신이 되지 않은 지역이 많아 일단 수색을 먼저 진행했던 것이었을 뿐 신고를 늦게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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