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홍색 손수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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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랑잎 하나가 팽그르르 떨어진다.『월남에도 가을이 왔단 말인가?』아니다. 난 지금 낙엽이라든지 가을이라든지 하는 계절감각에 대해서 얘기하려는게 아니다. 차라리 내 눈에 비친 저 낙엽의 낙하현상 말이다….
1년전 일이다. 환송하는 군중틈, 그리고 어느 여인의 손으로부터 내게 옮겨진 조그마한 부피의 선물. 그게 바로 진홍색 바탕에 한국자수로「건투」라 새긴 이 손수건이다.
○…나는 이 손수건을 내군복 윗주머니에 넣고 다닐뿐 한번도 흙투성이가된 내얼굴을 닦아본 적이 없다. 그것이 도시 손수건이랄수없을정도의 작은 넓이 때문만은 아니리라. 군인의 푸른빛 제복에 어울리지 않는 진홍색의 강렬함으로 해서, 차라리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건 분명히 피처럼 진한 자유에의 열망을 꼭 실현시키고 오라는 민수시민의 기원이라 생각해서다.
○…그리고 바탕에 수놓아진 한국자수의 정성에는 계속되는 전투에 만신창이가 된「따이한」을 품어주는 한국여인에의 영원한 향수가 깃들여 있지 않은가.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그리고 길은 험하다. 하지만 섭씨40도의 더위속에 맞는 새해 새아침 내가슴속에 자리잡은 이여인의 간절한 정성이여…. <김유식·병장·군우151∼50l 백마 제51l부대 73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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