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수당 잔업 강요 일본 경영자 첫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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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본의 '서비스 잔업(殘業)' 관행이 철퇴를 맞았다.

도쿄(東京)에서 특별양호노인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기카쿠카이'(龜鶴會)이사장이 3일 직원들에게 서비스 잔업을 강요해오다 노동기준법 위반 혐의로 사법당국인 노동기준감독서에 체포됐다고 일본언론들이 4일 보도했다.

서비스 잔업이란 잔업수당을 받지 못한 채 시간외 근무를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99년 4월 설립된 '기카쿠카이'는 직원 40명에 대해 일인당 최소 50시간 이상씩 서비스 잔업을 시켜 1억엔 이상을 체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에서 '서비스 잔업'으로 경영자가 체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노동감독기관이 나선 것은 오랜 경제불황 속에 인력을 감축한 기업들이 남은 직원들에게 서비스 잔업을 강요하는 일이 갈수록 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01년 서비스잔업 시정명령 건수는 1만6천여건으로 10년 전의 2.5배로 늘었다. 2001년 4월부터 1년6개월 동안 적발된 6백13개사가 직원 7만1천여명에게 지불하지 않은 잔업수당은 81억여엔에 이른다.

서비스 잔업은 주로 중소기업에서 많았지만 지난해에는 공공기관인 긴기(近畿)우체국과 대기업인 도요타자동차.샤프.미쓰비시전기까지 시정명령을 받았다.

일본에선 서비스 잔업과 과로로 스트레스.우울증을 앓는 직장인들이 급증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일본 노동변호사단이 지난해 12월부터 실시 중인 '구조조정.잔업 110번' 전화상담서비스에는 "매일 오후 10시를 넘겨 일을 하고는 휴일인 토요일에도 근무하는데 잔업수당을 거의 받지 못한다.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고충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이 최근 주요 기업 1백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60곳이 '우울증 등 '마음의 병'을 앓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올해 춘투(春鬪)의 주요 목표로 '서비스잔업 철폐'를 정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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