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
지난달 28일 세계보건기구(WHO) 차기 사무총장에 당선된 이종욱(李鍾郁.58) 박사는 4일 보건복지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취임 후 기회가 닿으면 북한을 방문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李박사는 축하연 등 각종 국내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일 귀국했으며 7일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를 면담한 뒤 9일 스위스 제네바로 돌아간다.
다음은 李박사와의 일문일답.
-북한 보건의료 수준 향상을 위한 계획을 갖고 있나.
"북한에 기초의약품 생산시설, 혈액은행, 수액(포도당)제조시설 등을 지원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의료시설이 열악해 인도주의 차원에서 국제사회의 긴급원조가 필요하다."
-한국의 의료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의약분업은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갈 때 꼭 겪어야 할 과정이다.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데 어려움이 있었으나 다시 돌아갈 수는 없고 보완해가면서 정착시켜야 한다."
-WHO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 계획인가.
"비대해진 WHO 본부의 몸집을 줄이겠다. 3천명 가량인 본부 인원 중 1천명 정도를 지역본부와 각국 대표부 등에 재배치하겠다."
-한국을 위한 특별한 계획은 있나.
"1950~60년대 한국은 WHO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았으나 이제는 한국이 WHO를 도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WHO에는 한국인 직원이 16명까지 근무할 수 있으나 현재 나를 포함해 6명밖에 없다."
-WHO에 근무하면서 보람있었던 일은.
"나병 책임자로 일할 때 목표로 세웠던 인구 1만명당 환자 한 명 이하를 현재 달성했다. 소아마비 팀장으로 일하기 시작한 지난 90년 중국의 환자발생이 연간 6천명이었으나 지금은 한 명도 없다."
-부인(가부라키 레이코)은 나환자촌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만났다고 들었는데.
"72~76년 처가 일본에서 돈을 모금해 경기도 안양의 나환자촌인 나자로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만났다. 당시 한국말을 배워 KBS외국인장기자랑에서 1등을 할 정도로 열심이었다. 일본인과 결혼했다기보다는 그 사람과 결혼했다고 생각한다."
-비행기 좌석은 어떤 등급을 타나.
"규정상 사무총장은 1등석을 타게 돼 있지만 나는 비즈니스 클라스(2등석)를 타겠다고 선거에서 공언했다. WHO는 각국의 분담으로 운영되며 이 중엔 가난한 나라의 세금도 포함돼 있다. 이런 돈으로 비싼 1등석을 탈 수는 없는 일이다."
글=정철근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jcom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