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1인극 '달의 저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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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연극인가 영화인가-.

1991년 캐나다의 내셔널 아트센터 프랑세 극장의 예술감독 로베르 르파주가 올린 작품 '바늘과 아편'은 연극계에 일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기발한 기계 장치와 프로젝션 화면에 의존한 이 1인극은 정통 연극에 장난질을 친 것 같은 발칙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십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르파주의 작품은 이제 아방가르드 연극의 주류가 됐다. 톡톡 튀는 대사, 기발한 소품들, 프로젝션을 활용한 기이한 무대로 천재성을 입증받은 그가 네번째 작품 '달의 저편(사진)'을 들고 3월 한국을 찾는다.

'달의 저편'은 개성이 다른 두 형제의 갈등에 관한 이야기를 미국과 옛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에 맞물려 펼친다. 형 필립은 미.소간의 우주 경쟁에 대한 박사논문을 마친 수줍은 남자고, 동생 앙드레는 TV 기상 캐스터로 활동하는 겉멋든 남자다.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 한 장소에 모인 형제는 유년시절을 회상하며 충돌하다 결국은 화해한다.

르파주의 작품은 1인극이 많다. '달의 저편' 역시 한 명의 배우(이브 자크)가 두 형제와 어머니.의사 등 모든 등장인물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한다. 자크는 줄리엣 비노슈가 출연했던 영화 '길로틴 트래저디'의 해군 소장 역으로 우리에게 낯익은 얼굴이다.

극장에 들어선 순간 무대에 대한 첫 인상은 단촐하고 심심하다. 그러나 첨단 프로젝션을 활용한 특수 효과로 인해 무대는 전혀 색다른 공간으로 시시각각 탈바꿈한다.

뿐만 아니라 소품들도 아기자기하고 재밌다. 세탁소의 다리미대가 헬스클럽 자전거로 변신하고, 드럼세탁기의 유리문이 우주선의 해치가 되는 등 르파주의 상상력과 재치가 여지없이 발휘된다. 영어 대사가 많아 한글 자막이 오른다. 3월 13~15일 LG아트센터, 02-2005-0114.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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