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서 R.O.K 명판 뒤 앉으면 외교관 하길 잘했다는 생각 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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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백지아

“유엔 총회자리에서 R.O.K(한국)라 적힌 명판 뒤에 앉았을 때 외교관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죠. ‘전 세계가 대한민국과 나를 보고 있구나’라고 느껴지면서요.”

 지난 1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만난 백지아(50) 신임 유엔 차석 대사는 유엔 발령을 두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백 대사는 유엔정책과 서기관, 제네바 참사관, 국제기구 국장, 안보리지원 업무대사 등 외교관 생활의 3분의 2를 국제·다자(多者)분야에서 근무한 국제기구통이다.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으로 외시 18회인 그는 김경임(외시 12회·2007년 퇴임) 전 튀니지 대사에 이은 여성 외교관 2호. 현역 여성 외교관 중 최선임이다.

 우리나라가 유엔 정회원국이 된 직후인 1992년부터 3년간 유엔대표부 2등서기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21년 만에 한국의 첫 여성 유엔 차석 대사가 돼 유엔 현장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그 사이 한국의 유엔외교는 전성기를 열었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재임됐고, 17년 만에 안보리 이사국에 재진출(2013~2014년)했다. 또 인권이사회이사국(2013~2015년)과 경제사회이사회이사국(2011~2013년)도 맡고 있다.

 백 대사는 “국제사회가 중시하는 안보·인권·번영이라는 3가지 영역 모두 한국이 주요역할을 맡고 있다”며 “우리 유엔외교가 꽃피는 시점에 유엔대표부로 가는 만큼 포스트 새천년개발목표(MDG) 수립 등에서 한국의 기여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성 외교관들 사이에 롤모델로 꼽히는 백 대사는 “신입 외교관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고, 여성이 정책결정을 주도하는 자리에 설 때가 10년 내에 온다”며 “여성외교관들이 일·가정의 양립을 두고 걱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둘 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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