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외자도입의 제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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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로운 외자도입정책이 마련되고 있다고 한다. 즉 지난 30일 경제 각의는 외자도입의 합리화를 위한 종합시책을 확정 시켰으며 이를 1일자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외자도입이 과열되었기 때문에 파생된 부작용의 소용돌이 속에서 탈출구를 찾지 않을 수 없게 된 오늘의 장황에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할 것이다.
새로 마련된 기준에 따른다면 ①재정 공공차관의 적극유치 ②직접 및 합작투자의 권장 ③상업차관·현금차관 억제 ④안정기조를 저해하지 않는 도입규모의 견지를 합리화의 기준으로 잡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킨다는 전제 아래 사업 선정 순위와 조건을 구체화시켰다. 즉 ①50만불이하의 규모는 금융 기관의 차관으로 하여 전대하고 ②상업차관은 내자 20%를 보유하며 다시 8%는 현금성 내자로 보유할 수 있어야 하고 ③투자 우선순위를 철저히 지킨다는 것등이 그 선정기준의 골자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기준은 사실상 그동안에도 구두선처럼 반복되던 원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원칙이 훌륭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지켜질 수 있느냐가 문제해결의 관건이라할 수 있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여 그동안에도 그러한 원칙을 부인한 적은 없었지만 외자도입은 계속 난맥상을 이루었던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진정 건설한 외자도입을 원한다면 정부의 개발정책이나 외자도입정책에 대한 자세가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외자도입을 합리화 하려해도 무리한 고도성장 정책을 추구하는 한 그것이 지켜질리 만무하다.
따라서 첫째로는 안정성장을 파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형식적인 성장률에 매달리지 않을 수 있는 견실한 자세가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둘째로는 외자도입에 있어서 사적인 관계나 파당적인 고려를 배제하는 객관적인 심사과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에도 외자도입심의위가 없지는 않았으나 그것은 당연직 위원과 그를 합리화시킬 들러리들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무질서한 외자도입의 합리화 위원회에 불과 했던 것이다.
따라서 외자 도입 심의안의 기능을 독립시키고 강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직 위원의 배제와 더불어 객관적 입장에서 심의할 수 있는 위원들만으로 위원회를 구성시키는 대신 명백한 부실 심의에 대한 책임 규정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셋째 지보 기관인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을 제도적 보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현행 외자도입법 밑에서는 금융기관이 허가된 재정 차관에 지보를 거부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때문에 정부가 표의 하나로 엉터리 지보가 나가게 되고 대불등이 빈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외자도입법 중 지보관세는 수정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일반 금융 기관은 실질적인 국영은행이기 때문에 상업차관 지보를 거절하기 어렵다. 차관승인을 말을 만한 배경을 가진 자라면 지보를 거절당한다는 것이 이상할 이만큼 되어 있는 것이 그 동안의 실정이었다. 따라서 진정 외자도입을 합리화하려 한다면 지보 기관이 부당한 압력을 받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할 것이며 그 대신 부당한 지보 행위에서 오는 손실은 지보 기관의 임원에 책임을 지우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새로운 외자도입기준이 제대로 지켜져야 할 것이며 그를 위해서 필요한 주치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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