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사와 적성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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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나는 달리는 흉기에 삼대독자를 앗긴 아버지다. 아들을 앗긴 슬픔에 잠길 새도 없이 도망친 운전사를 잡아야겠다는 집념으로 62일 동안을 미친 사람처럼 장안 곳곳을 마구 뒤졌다.
운전사를 내 손으로 잡고 난 뒤에야 밀렸던 울음이 북받쳤다. 도대체 우리사회에 인간의 양심을 저버린 포학성이 이처럼 도사리고 있었다는 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신이 아닌 이상 과실이란 있을 수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과실이 결코 과실로 간과될 수 없는 것이라면 사람을 치어 죽여 놓고도 한 오라기의 뉘우침이나 양심의 가책도 없이 뺑소니치고 만다면 그게 어찌 과실일 수 있겠는가? 과실이란 어디까지나 당사자가 과실로 인정, 자기의 과실을 뉘우치고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다.
경찰은 사람을 치어 죽이고 도망친 운전사를 단순히『업무상과실치사 및 도로교통법 위반혐의』로 다루고있다. 살인운전사를 살인혐의로 다루지 않고 어째서 과실치사로 다루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경찰수사태도만도 그렇다.
두 달 동안을 매일같이 경찰서를 찾아가 살인운전사를 잡아달라고 애원했으나 결국 잡지 못한 채 기소중지 자로 처리해 버렸다. 나는 이걸 보는 순간 울분을 못 참아 온 몸을 떨었다. 거리를 메운 수많은 자동차의 행렬을 볼 때마다 죽은 자식에 대한 죄책감으로 몸 가눌 길이 없다.
어떻게 하면 보다 미연에 최소한도로 달리는 흉기가 빚어내는 사고를 막아낼 수 있을까? 그야 오랫동안 수많은 머리들이 짜낸 묘안들이 많겠으나 나의 생각으로 무엇보다 우선 운전사들에게 운전교육이나 기술 이전에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중히 여길 줄 아는 교육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포악한 성격이나 신경질적이고 비양심적인 사람만은 적어도 운전사가 될 수 없는 적성검사 등을 통한 통제방법이 꼭 강구돼야 할 것 같다. 김택수<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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