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미완성, 큰 눈사태형 정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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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제2국
[제1보 (1~20)]
白·중국 王 磊 8단 | 黑·중국 胡 耀 宇 7단

후야오위7단. 올해 21세의 이 청년은 현재 중국의 최고 인기기사다.

왕레이8단이 중국랭킹 1위로 뛰어오르며 새 바람을 일으켰지만 '농심배 5연승'에 빛나는 후야오위의 인기를 넘어서지는 못한다.

중국 팬들은 후야오위가 젊기 때문에 이창호9단이나 조훈현9단 등 한국의 강자들을 반드시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후야오위는 '둔도(鈍刀)'란 별명을 갖고 있다. 중국사람들은 최고의 명검은 겉보기에 무딘 칼날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2002년 11월 13일 유성 삼성화재연수원. 오전 9시반에 준결승전 2국이 시작됐고 우하에서 큰눈사태형 정석이 펼쳐졌다.

흑19는 50여년 전 우칭위안(吳淸源)9단이 둔 신수였다. 전엔 A로 꼬부렸는데 이걸 19처럼 둔 것을 놓고 일본 바둑계는 '엄청난 발견'이란 표현을 썼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에 와서 다시 '참고도'처럼 밖으로 꼬부리는 수가 유행했다. 백8로부터 복잡한 변화가 수없이 탄생하더니 2000년대에 접어들며 이번엔 다시 실전의 19처럼 꼬부리는 수로 돌아섰다.

이 '큰눈사태형'은 바둑판의 4분의 1을 점령하는 복잡한 정석이다. 동시에 아직도 완결편이 나오지 않은 영원한 미완성 정석이기도 하다. 최근에도 끝없이 신형이 나오고 있다.

우칭위안 시대와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첨단무기들이 매일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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