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주류 결집 움직임 … 김한길 대세론에 맞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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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주통합당의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5·4 전당대회가 비주류의 김한길 후보와 범주류의 이용섭 후보 간의 맞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그동안 이 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했던 강기정 후보는 전대를 6일 앞둔 28일 경기도 광명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이 후보를 통해 민주당이 새롭게 탄생하기를 소원한다. 저는 여기까지 하겠다”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연설 이후엔 자리로 돌아와 자신의 기호와 이름이 써 있는 어깨띠를 벗은 뒤 연설회장을 떠났다.

 강 후보의 사퇴로 민주당 전대는 비주류가 지탱하는 ‘김한길 대세론’에 대응해 친노 주류가 얼마나 결집할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혁신관리수석·건교부 장관 등을 역임한 이 후보는 당시 청와대 참모 출신 모임인 ‘청정회’ 회장을 지냈다. 청정회 회원들 중 김경협·김현·박남춘·윤후덕·전해철 의원 등이 원내에 진출해 있다.

 오후 들어 강 후보가 전격 사퇴한 것을 놓고도 친노 주류 진영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당내 분란의 소지가 있어 익명을 요구한 김 후보 측의 인사는 “친노 초선 의원들이 토요일(27일)을 거치며 급속하게 이 후보 쪽으로 지원 의사를 밝혔다”며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으면 표가 갈리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사퇴였다”고 주장했다.

 강 후보의 사퇴엔 단일화에 대한 당 안팎의 피로감도 작용했다. 강 후보는 연설에서 “남은 시간은 많지 않은데 (단일화만 얘기하다간) 당원·대의원 동지를 피곤하게 할 수 있다”며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우리가 다시 그런 미련한 단일화를 반복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강 후보의 통 큰 결단으로 단일화를 이루게 돼 송구스럽고 죄송하다”며 “혁신을 통해 민주당을 선거에서 승리하는 수권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 후보는 “이제 우리끼리는 그만 싸워야 한다”며 “모두 민주당 명찰만 달고 혁신해 당을 살려내자”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강 후보 사퇴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김 후보 측 인사는 “누가 일방적으로 사퇴하는 단일화로는 파괴력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당초 이 후보와 강 후보는 오전 배심원단을 상대로 두 후보가 참석하는 간담회를 연 뒤 현장 투표로 단일화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운동상 규정 위반 소지를 제기하며 간담회가 무산됐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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