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없는 교섭단체구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화당은 대야 협상의 시한으로 삼은 10월 4일을 앞두고 야당의원들이 등원 않을 경우를 상정, 국회단독운영 책을 강구 중에 있는 것 같다. 즉 소속의원 5명을 자청형식으로 추가 제명하여 무소속 교섭단체를 만들고 야당의원을 국회의장 직권으로 상위별로 배정, 상위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공화당 일각에서 일어왔던 국회 단독운영의 명분이란 국민경제나 국가안보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예산안, 조세개혁안, 한해대책, 간첩출몰문제 등 의회가 처리하여야 할 긴급한 국사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란 것이었다. 물론 우리는 그 같은 문제를 이 국회기능의 정상화를 통해 하루빨리 처결돼야한다는데 원칙적으로 이견이 없다.
그러나 근자의 공화당의 동태를 보고 있노라면 소절에 급급하고 있는 듯한 움직임에서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감을 갖게된다. 이미 9명의 소속의원을 제명한바 있는 공화당이 다시 5명을 추가 제명하여 무소속의원 수를 14명으로 만들어 교섭단체구성에 필요한 정족수를 정략적으로 채운다든가 또는 개헌선을 깬다든가 하는 일련의 정략적 포석들은 아무리 보아도 선명한 설득력이 없다.
국회법 제35조에 의하면 그것이 꼭 정당의 단위가 아니더라도 『교섭단체에 속하지 아니하는 10인 이상의 의원으로 따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도 있다』라고 되어있다. 즉 원칙적으론 『국회에 소속의원 10인 이상의 정당을 단위로 하여 교섭단체를 둔다』라고 되어있지만 그런 단서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에 공화당의 정략이 적어도 실정법 상으로는 그릇된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헌법에 다시 눈을 돌려보자. 헌법 제7조를 보면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라고 되어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무소속 입후보자의 출마를 금지하기까지 한 우리의 헌법정신은 어디까지나 여·야의 존재를 염두에 둔 복수정당제의 신장에 있다. 그렇다면 아무리 국회법이 그런 조항을 설정하고 있다 해도 여당과 무소속의원만이 있는 국회란 헌법정신과 민주주의의 이상 및 상도에 크게 어긋나는 국회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공화당에서 제명될 것을 자청하여 억지로 무소속이 된 의원들을 포함해서 구성될 무소속교섭단체, 다시 말하면 공화당의 분신인 무소속교섭단체와 공화당만이 있을 국회를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된다. 물론 우리는 공화당의 그런 정략이 야당을 국회로 끌어들이기 위한 하나의 전략적 고육지책일 것임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국회기능 정상화 또는 정국정상화의 요체는 그런 잔 기교에 있지 않을 것임을 우리는 확신한다. 공화당은 소절에 급급하여 단독국회운영에 치닫기만 할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민주공당 다운 대도를 갖추어주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