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테러 부상자 치료 필립 장 박사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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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마라톤 테러 직후 밀려든 환자들을 닷새 동안 밤낮으로 돌본 매사추세츠 병원(MGH) 화상전문의 필립 장 박사가 간호사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필립 장 박사 제공]

"응급실 입구에서 한 남성의 절규가 들려왔고, 다리가 절단된 20대 청년이 들것에 실려왔다. 뼈가 그대로 드러난 그의 오른쪽 무릎에선 피가 멈출 줄 몰랐고, 왼쪽 다리는 고열의 폭발과 파편조각으로 인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보스턴에 위치한 매사추세츠 병원(MGH) 화상전문의 필립 장 박사에게 지난 15일은 악몽이 시작된 날이었다.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현장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처참한 광경은 불과 10여분 거리의 MGH 응급실로 고스란히 옮겨져 왔다.

테러 이후, 응급실에는 팔, 다리가 잘리거나 온 몸에 화상 또는 자상(베인 상처)을 입은 중환자 수십 명이 밀어닥쳤다.

날카로운 쇳덩어리, 못, 파편 등이 몸 깊숙히 박힌 환자들의 고통스런 절규로 응급실은 아비규환을 이뤘다. 장 박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쟁터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MGH에는 31명의 폭탄테러 피해자들이 이송됐다. 장 박사는 4명의 환자를 직접 수술했고, 20여 명에게 응급처치를 했다. 화상수술 전문의로 심한 외상에 익숙한 장 박사였지만 "이처럼 여러 명의 중환자들을 한꺼번에 본 것은 충격이었다"고 술회했다. 이후 닷새 동안 밤낮으로 환자를 돌본 장 박사는 "수술보다 환자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시간이 더욱 힘들었다"고 전했다. 일부 환자들은 평생 불구로 살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장 박사는 "일부 환자들은 깊은 충격에 빠졌지만, 재활전문팀과 함께 새 생활에 차츰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닷새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도보 30~40분 거리의 집에도 못 갔다는 장 박사는 "이젠 가족을 돌봐야 할 때"라며 미소를 지었다.

애틀랜타 지사=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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