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구덕산 내원정사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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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련 스님의 거처 ‘육화료’에 걸린 주련.

부산 구덕산은 부산시민의 애환이 어린 산이다. 해발 565m 구덕산에 올라서면 발아래로 부산항 앞바다와 영도가 내려다보인다. 부산항에서 구덕산까지 이르는 경사를 따라 남포동·광복동·보수동·아미동 등 부산의 옛 도심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온 나라의 피란민이 부산에 몰려와 살던 시절부터 형성된 시가지다.

구덕산 자락 안에 내원정사가 들어앉아 있다. 하지만 부산시민도 내원정사 하면 잘 모른다. 조계종 원로 스님인 정련 스님이 천막사찰부터 시작해 손수 불사를 하고 40년 넘도록 거처하고 있는 사찰이지만, 범어사·용궁사 등 부산을 대표하는 사찰과 비교하면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대신 ‘꽃마을’ 하면 금세 알아듣는다. 구덕산 시민공원 초입에 들어선 달동네가 꽃마을이다. 전쟁통이었어도 먹을 게 있고 일할 거리가 있는 부산항 근방에서 밀려난 빈민이 구덕산 자락에 들어와 꽃을 재배하며 연명하던 마을이다. 그 꽃마을 뒤편에 내원정사가 있다.

내원정사는 구덕산을 도솔산이라 부른다. 정련 스님이 구덕산의 옛 이름이 도솔산이라는 기록을 찾아내 도솔산 내원정사라는 현판을 내걸었다. 불교에서는 도솔산 두루봉 아래 내원사(內院寺)가 있다고 말한다. 사찰의 역사는 짧지만 의미는 수천 년을 헤아린다.

도솔산 내원정사는 도심사찰이다. 가르침을 얻기보다는 가르침을 베푸는 사찰이다. 정련 스님은 특히 교육과 복지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1985년 부설 유치원을 설립해 해마다 600명이 넘는 원생을 배출하고 있으며, 노인·장애우·저소득층·청소년 등을 지원하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내원정사가 거느린 사회복지시설만 13개에 이른다.

물론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명상과 참선이 주가 되는 편안한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1박2일 3만원. 사찰 뒤편에 조성한 3000평 규모의 농장에서 풀과 꽃을 함께할 수도 있고, 대숲에서 바람을 맞으며 쉴 수도 있다. naewonjungsa.org, 051-242-0691.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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