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총기난사범 "빈 라덴 되고 싶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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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른은 '학살자로 기억되고 싶었다'고 유서에서 밝혔다.
주위와 접촉 없이 살다가 시의원 8명을 살해한 뒤 파리 경찰서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프랑스인이 오사마 빈 라덴 같은 증오의 대상이 되고 싶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고 한 프랑스 신문이 보도했다.

리샤르 뒤른(33)은 이 유서에서 "빈 라덴·히틀러·스탈린·폴 포트·밀로셰비치 같은 인물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고 일간지 르파리지앵이 2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뒤른의 친구인 한 여인은 자신이 지난 수요일 이같은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때는 뒤른이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시의원들을 총격 살해한 뒤다.

뒤른은 보도된 편지에서 "내 삶을 끝내기로 했다. 그러나 그 전에 연쇄살인범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그의 집에서 발견된 유언장에는 "나는 미쳐간다. 그리고 낙오자가 됐다. 그래서 나는 죽어야 한다. 몇 달 동안 살육과 죽음이 내 머리를 가득 채웠다"고 적혀 있었다고 보도했다.

사격에 능했던 뒤른은 낭테르 시외회 회의에서 사망자 외에 19명에게 부상을 입힌 뒤 제압됐다.

그는 사건 하루 뒤인 28일 파리 경찰서에서 심문을 받던 중 4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경관들은 그의 다리를 붙잡고 말렸으나 결국 실패했다.

경찰은 성명을 통해 "뒤른에게 일어서서 심문자의 책상 위에 있는 문서를 보라고 하자 갑자기 창문으로 달려들어 창을 열고 지붕으로 기어나갔다"고 밝혔다.

뒤른은 모친에게 보낸 작별 편지에 다음과 같이 썼다.

"엄마, 난 오래 전에 죽었어야 했어요. 살면서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고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은 채 죽을 수 있는 방법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런 소심함에 질렸어요. 나는 죽어야 해요. 적어도 자유로움과 탈출감을 느낄 수 있겠죠. 사람들을 죽여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거에요.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거에요."

그는 "행복하시고 대담하게 사세요. 특히 엄마를 괴롭힐 바보들과 함께요. 사랑하는 리샤르"라는 말로 이 편지를 끝맺었다.

파리 검찰은 뒤른 사망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그는 재판을 앞두고 최근 프랑스에서 발생한 최악의 살육 사건에 관해서 조사를 받고 있었다.

다니엘 바이양 내무장관은 용의자의 사망은 경찰의 '심각한 기능 장애'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뒤른이 뛰어내리기 전에 경찰이 붙잡으려했으나 실패했다.
시의원들이 옆에서 쓰러져 죽어가는 상황에서 살아남은 자클린 프래스 낭테르 시장은 뒤른이 너무나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는 데 놀라움을 표했다.

프래스 시장은 프랑스 2 라디오에서 "시의원들은 목숨을 걸고 뒤른을 붙잡아 무기를 빼앗고 경찰에 넘겼다. 그런데 경찰은 그를 감시할 능력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살육 현장에서 살아남은 낭테르 시청 공무원 사무엘 리지크는 뒤른이 재판을 받지 않게 됐다는 데 실망감을 나타냈다.

사건 당시 탁자 밑에 숨어 목숨을 건진 그는 "뒤른의 과거에 대한 진실이 밝혀져 어디가 잘못됐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난사 사건은 이미 범죄가 선거의 주요 의제로 떠오른 프랑스 대선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PARIS, France (CNN) / 이인규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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