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외교의 기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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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오는 9월 하순에 개막될 제22차 「유엔」 총회에서의 한국문제상정에 대비, 「유엔」 외교강화에 부심하고 있다. 현재 두 친선사절단이 동서부로 나누어져 「아프리카」 20개국의 순방에 올랐으며 또 다른 경협사절단은 동남아제국을 역방 중에 있다.
사절단의 사명은 방문국 정부수뇌들에게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통상증대의 가능성을 타진하는데 있거니와 그러한 외교적 노력들은 모두가 「유엔·시즌」을 맞은 대「유엔」 외교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정부는 「유엔」 테두리 안에서의 통일외교를 강화하기 위한 장기대책의 하나로 내년 초에 「유엔」가입신청서를 제출할 방안마저 검토 중에 있다한다. 아무튼 근자에 외무부가 제22차 「유엔」총회에서 계속 「유엔」방식에 의한 통한원칙을 재확인하고 북괴의 진출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자못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음은 의심할 나위가 없고 또 우리는 그러한 한국외교의 노력이 기필코 좋은 열매를 거두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최근의 「유엔」 기류를 살펴보면 한국의 전통적인 「유엔」 전략이 그대로 안일하게 답습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첫째로 작년 제21차 총회 때처럼 절차문제에서 친공 국가에 의한 기습을 받을 염려가 있고, 둘째로 「아랍」 대 「이스라엘」 대결에서 오는 반사적인 영향이 파급되어올 공산이 크며, 세째로 서남 「아프리카」 문제가 한국문제에 불리하게 투영될 가능성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칸트」 「유엔」사무총장이 연내로 강조하여온 이른바 「유니버설리즘」 등 제 현실화 압력이 한국의 입장을 약화시키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북괴가 「아랍」·「아프리카」 지역을 향해 벌이고 있는 일련의 물량공세, 즉 군원·경원을 통한 외교적 침투는 크게 주목되는 바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연내로 「유엔」에서는 한국의 한반도에서의 유일한 합법성과 「유엔」이 탄생시킨 한국과 「유엔」의 긴밀한 유대를 인정하면서도 한국문제토의에 있어서는 북괴대표도 출석시켜 그 의견만은 일단 들어두는 것이 좋겠다는 풍조가 일어왔던 것이므로 북괴의 그러한 물량공세는 어느 정도 주효할지도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위에서 보아온 제 요인, 그리고 근자 북괴가 「유엔」의 권의·권능에 대한 격렬한 도전을 신중하게 삼가고 있다는 사실 등 금차 총회에서의 한국문제토의 분위기는 기왕과 다른 긴박감을 보이고 있다해서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첫째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그렇듯 유동적인 「유엔」 정세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어찌하여 내년 되풀이하여 왔듯이 「시즌」이 돼서야 허둥지둥 하느냐 하는 것이다. 결코 간헐적일 수 없고 독립적일 수 없는 것이 「유엔」 외교라 한다면 그러한 정부의 태도는 마땅히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유엔」 외교의 기본에 대한 확연한 의미의 부여 내지는 정리가 무엇보다도 아쉽다.
둘째로 「유엔」 외교의 질에 대한 성찰이 긴요하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북괴 외교공세의 내용이 달라졌고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객관정세가 심하게 변질되고 있는 오늘, 한국이 시종여일하게 「표모으기」에서 요행만 바란다면 말이 아니다. 한국의 국가위신과 국제적 지위문제가 크게 달려 있는 「유엔」 외교는 그 기반으로부터 질에 이르기까지 엄준한 재평가를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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