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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크기 행성 170억 개 인류는 혼자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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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편집주간

우리 은하에 있는 지구 크기의 행성은 “최소한 170억 개”다. 지난 1월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가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관측자료를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2009년 발사한 케플러의 임무는 지구 비슷한 행성을 찾는 것이다. 엄마 별에서 너무 멀거나 가깝지 않아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으며 크기도 지구의 2배 이내라서 가스가 아닌 암석으로 구성됐을 그런 행성 말이다. 케플러가 지난 1월까지 찾아낸 후보는 2740개에 이른다. 지난 18일엔 생명체가 살기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보이는 행성 2개를 1200광년 떨어진 거문고자리에서 찾아냈다는 발표가 있었다.

NASA 연구책임자인 빌 보루키 박사는 이 자리에서 “2017년 ‘통과 외행성 탐사 위성(TESS, 별명 케플러 2.0)’이 가동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생명체의 거주 가능성에 정작 중요한 단서는 대기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산화탄소, 물, 산소가 있으면 가능성이 높아지며 만일 엄청나게 복잡한 화합물이 확인되면 세계적 뉴스가 된다. 그는 “만일 프레온(염화불화탄소)이 발견된다면 이는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말했다.

외계 행성의 대기를 분석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해당 행성의 빛보다 엄마 별에서 나오는 빛이 수십억 배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과업은 아니다. 사실 10년 전 NASA엔 2종류의 각기 다른 기술을 이용해 외계 행성의 대기를 연구할 ‘지구형 행성 탐사선(TPF)’ 프로젝트가 있었다. 당시엔 자금 부족으로 실현되지 못했지만 ‘외계 행성 발견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요즘은 다르다고 보루키 박사는 보고 있다. 그는 “언젠가 이 프로젝트가 다시 시작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외계 생명체 탐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대기를 조사해야 할 단계가 반드시 온다”고 강조했다.

NASA가 거액의 예산을 들여 케플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지구에서 자연법칙에 따라 무생물로부터 생명이 발생했다면 우주의 다른 곳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나이는 약 46억 년인데 생명이 탄생한 것은 35억~40억 년 전으로 추정된다. 인류가 떨치지 못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우주에서 혼자인가?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