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침략에 가담한 일본 불교 "참회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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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치노헤 쇼고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 침략은 무력으로만 이뤄진 게 아니었다. 종교도 적극 가담했다. 현재 일본의 최대 불교 종단인 조동종(曹洞宗)이 대표적이다.

 1932년 서울 장충단 공원에는 조선 침략의 핵심 인물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기리는 조동종 사찰 박문사(博文寺)가 세워졌다. 이 사찰은 이토 히로부미 상(像)을 부처 대신 모셨다. 그의 이름을 따 절 이름도 박문사였다.

 이 같은 조동종의 제국주의 협력상을 고발한 조동종 승려 이치노헤 쇼고(一戶彰晃·64)의 『조선침략 참회기』(동국대출판부)가 최근 번역됐다. 이치노헤 스님은 조동종의 과오를 참회하는 내용을 담은 참사문((懺謝文) 비석을 지난해 전북 군산의 동국사에 세우는 등 일본 불교 내 양심적인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책 출간에 맞춰 22일 열린 방한 간담회에서 스님은 “조동종의 조선 침략 개입은 단순 가담이 아니었다”고 했다. “국가가 각 불교 종파에 협력할 것을 지시하긴 했지만 각종 기록을 살펴 보면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례로 조동종은 식민지 조선에 무려 600여 개의 사찰을 세웠다. 표면적으로는 조선 내 일본인을 위한 것이었지만 실제로 한 일은 군국주의 앞잡이 노릇이었다.

 이치노헤 스님은 “문제는 그에 대한 참회조차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일본 우익에 의한 신변 위협을 무릅쓰고 자신이 나섰다는 것이다.

 스님은 또 “일본 불교는 2차 대전 때나 지금이나 국가의 방침에 저항하지 못하고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 배경으로 “세상을 하나의 커다란 연꽃으로 여기기 때문에 개인의 슬픔이나 불행감 등은 연꽃송이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불교인들은 참회하면 손해 본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는 불교 신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일본 정부 각료들의 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신사 참배를 계속하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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