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꺼풀 없고 광대뼈에 낮은 코 … 미국선 그게 통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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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모델 김성희씨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13년 봄·여름 시즌 ‘프라다’ 패션쇼 무대에 섰다. [사진 프라다]

오는 29일까지 일본 도쿄 예술대 박물관에서 열리는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펜디’의 모피 전시회. ‘또 다른 아트의 세계’란 이름으로 이달 초 마련된 전시회 개막행사(본지 4월 12일자 week& 11면)에서 참석자들의 눈길을 끈 이가 있다. 한국 대표 모델로 참가한 김성희(27)씨.

‘프라다’ 최초의 아시안 모델로 화제가 됐던 그다. 돌체&가바나·샤넬·존 갈리아노·비비안 웨스트우드·안나 수이 등 세계적 디자이너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최근 뉴욕매거진으로부터 ‘세련된 기품과 스타일을 갖고 있는 모델’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행사장에서 그를 만났다.

 - 한국 모델들이 요즘 뉴욕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던데.

 “중국인 모델보다 한국인 모델이 더 각광받고 있어요. 물론 수적으로는 중국인 모델이 훨씬 많아요. 뉴욕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모델이 100명이라면 중국인 모델이 80명, 한국인은 10명, 일본인은 2~3명 정도예요. 뉴욕에선 한국인이냐,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를 따지진 않아요. 그냥 아시안일 뿐이죠. 하지만 아시안 모델 수가 늘어나면서 최근엔 아시안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얼굴이 아니라는 걸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 뉴욕의 런어웨이(패션쇼 무대) 분위기는 한국과 많이 다른가.

 “경쟁이 훨씬 치열해요. 살벌한 경쟁을 뚫어야 무대에 설 수 있어요. 모델에 대한 인식과 대우도 높아요. 패션의 주요 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받죠. 미의 기준도 다르죠. 미국인들은 아시안 모델의 경우 쌍꺼풀 없는 눈과 두드러진 광대뼈 등 아시안적 특징이 살아있어야 미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국에선 쌍꺼풀진 큰 눈과 오똑한 코가 미인의 조건이죠. 전 한국에선 예쁘다는 얘기 못들어 봤어요. 쌍꺼풀도 없고, 코도 낮고.”

 - 미국에 진출하게 된 계기는.

 “한국에서 모델로 4~5년 정도 활동했는데 주목받지 못했어요. 그러다 지난해 소속 회사에서 미국의 한 모델 에이전시에 사진과 프로필을 보냈는데 함께 일하자는 답이 왔어요. 그리고 나선 일이 잘 풀렸어요.”

 - 원래 모델이 꿈이었나.

 “한양대에서 발레를 전공했어요. 그런데 키가 너무 컸죠. 대학 입학한 후에도 계속 자라 178㎝나 됐어요. 주연은 불가능했죠. 주인공 뒤에서 군무를 추는 역할밖에 안 돌아오더라고요. 대학 2학년때 모델 선발대회에 나갔고, 그때부터 모델로 일하는 중이에요. 엄마 키는 160㎝, 아빠 키는 170㎝, 남동생 키는 176㎝. 저만 커요.”

 - 자신만의 장점이라면.

 “발레를 해서 그런지 표현력이 좋다고들 해요. 어려운 동작이나 과감한 포즈도 잘 소화하는 편이에요. 보통의 아시안 모델답지 않게 적극적이라는 얘기도 들어요. 영어는 잘 못하지만 스태프들과도 잘 어울려요.”

 -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은 .

 “웬만하면 걸어다니는 정도. 대체로 하루에 한 끼 정도 먹어요. 아침 겸 점심이나 저녁. 그 한 끼는 푸짐하게, 주로 밥을 먹어요. 제일 좋아하는 건 떡볶이. 뉴욕의 한국인 모델 친구들과 떡볶이를 만들어 먹곤 합니다. 향수도 달랠겸.”

 - 앞으로의 계획은.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열심히 하는 거죠. 힘든 일도 많지만 그토록 꿈꾸던 무대에 설 수 있고, 선망하던 사진작가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뉴욕에선 한 시즌 반짝했다가 다음 시즌에 사라지는 모델들도 많아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곳이죠.”

도쿄=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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