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생각은

문화외교, 지금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지난해 12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는 우리에게 뜻깊은 기획전이 개막됐다. 백남준 기획전 ‘Nam June Paik : Global Visionary’가 그것이다. 이 전시회는 올해 8월까지 열린다. 모두가 알다시피 백남준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 예술가요 철학자요 미래과학자이기도 하다. 스미스소니언 아메리칸 아트미술관 수석큐레이터 존 핸하르트는 “피카소가 회화를 재구성했다면, 백남준은 무빙이미지를 재창출했다. 아이폰과 아이튠즈는 백남준이 오래전에 상상한 것”이라고 했다.

 엘리자베스 브룬 스미스소니언 아메리칸 아트미술관 관장은 “피카소가 20세기 전반을 지배한 거장이라면 백남준은 20세기 후반 예술의 무게중심, 그의 상상력으로 세상을 바꿔놨다”고 극찬하고 있다. 지금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은 전시된 백남준의 작품과 아카이브 140여 점을 보러 온 미국인과 세계인들로 붐비고 있다.

 때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 이번 기회에 21세기를 연 천재 예술가 백남준의 창조성을 정상외교에서 주 메뉴로 사용할 수 없을까 상상을 해본다. 프랑스나 영국은 정상회담을 정치적 차원을 넘어 문화예술을 알리는 좋은 기회로 활용하지 않았던가.

 백남준은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공한 예술가다. 한국과 미국이 공유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미래의 아이콘은 없다. 두 정상이 이 전시회를 공동으로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21세기 미래를 열 핵심 코드인 문화 발전을 양국이 함께 열어 간다는 대선언을 하는 셈이 된다. 이 전시장에서 미국 방문의 리셉션을 열고 한국의 전통예술과 K팝 스타의 공연을 세계 각국의 외교사절과 함께 본다면 우리의 한류와 한국인의 창조성은 곧바로 세계로 올라서고 세계 각국으로 전해질 것이다. 문화외교, 지금이다.

이태행 백남준문화재단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