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조폭, 대학 총학 접수해 1억7000만원 꿀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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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모(32)씨는 경북 김천에서 고교 졸업 뒤 곧바로 지역 폭력조직 ‘제일파’에 가입했다. 이후 조직원들과 함께 주로 관내 유흥업소에서 상납받아 생활했다. 하지만 유흥가 규모가 작은 중소도시에서 이것만으로는 생활비 조달도 힘들었다. 이씨는 고민 끝에 지역 대학의 총학생회 핵심 간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학생회비와 학교 지원금 등을 만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조직의 행동대장이던 이씨는 2004년 김천대(2년제)에 입학했다. 수능 성적 대신 고교 내신 성적으로만 선발하는 사회복지과를 선택했다. 내신성적이 하위권이었지만 경쟁률이 높지 않아 합격에는 문제가 없었다. 전과(폭력 4범)가 있었지만 입학 과정에서 신원조회 절차는 없었다.

 그는 총학생회 활동에 유리한 복학생 신분을 만들기 위해 입학 뒤 휴학했다가 2년 뒤인 2006년 복학했다.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고등학교 후배인 안모(30)씨를 회장 후보로 내세웠다. 학생들에게 복학생임을 내세우며 밥을 사거나 “꼭 안씨를 뽑으라”며 윽박질렀다. 안씨가 학생회장으로 당선되자 총학생회 견제기구인 대의원 의장을 맡았다. 총학생회를 장악한 그는 연간 학생회비와 학교 지원금 등 6700만원을 횡령했다.

 이씨를 지켜보던 조직원 최모(33)씨도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김씨는 2008년 특별전형으로 구미대학 호텔조리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이씨처럼 2년간 휴학했다. 2010년 학교로 돌아간 그는 지인들로부터 현금 2000여 만원을 빌려 학생회장에 도전했다.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김씨는 학생회비 5700만원과 학생회 간부 장학금 5300만원 등을 빼돌렸다. 이 같은 방식으로 제일파 조직원 2명이 대학 총학생회를 장악해 횡령한 돈은 모두 1억7000여만원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빼돌린 돈을 유흥비, 조직원들의 밥값, SUV차량 구입비 등으로 썼다. 경북경찰청은 18일 이들을 구속하고, 이들을 도운 안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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