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손님에 주차장 내준 백화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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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7일 오전 광주시 동구 대인시장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점포들을 돌며 소화기를 나눠줬다. 공구 통을 든 사람들이 점포의 소방시설과 전기장치를 점검하고 고쳐주기도 했다. 대인시장과 약 200m 거리에 있는 롯데백화점 광주점 직원들이었다. 박문기 시설과장은 “우리가 가진 것 중 조금을 줬는데도 시장 상인들이 무척 고마워해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광주점은 2월 27일 대인시장 상인연합회와 전통시장 활성화 협력에 관한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17일 첫 현장 서비스를 했다.

 롯데는 월~목요일 백화점 주차장을 대인시장 상인과 손님들이 이용하게 개방하고 있다. 시장 안에 상인들이 회의나 모임·교육을 할 공간이 마땅치 않은 점을 고려해 백화점 직원 교육장·회의실을 개방했다. 또 상인들에게 고객 맞이 자세와 상품 진열 및 판매 기법, 불만 고객 응대 요령, 위생·안전 관리 등에 관한 노하우를 나눠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통시장 상품권을 정기적으로 구입해 임직원 포상이나 백화점 사은품으로 증정할 방침이다. 상인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상인들의 건강검진과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대인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더해 주기 위해 ‘대인시장 가요제’ ‘B-Boy 공연’ 같은 이벤트를 지원하기로 했다.

 홍정희 대인시장 상인연합회장은 “상인들이 그간 백화점 때문에 상권이 무너졌다며 불만이 컸으나 백화점 측이 적극적으로 돕고 나서자 반기고 있고, 기대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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