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국정원 의혹, 경찰은 대체 무엇을 수사한 건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국가정보원 직원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이 해당 직원 등 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경찰은 국정원의 조직적 관여 등 그간 제기된 의혹들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법 적용도 어정쩡하기 짝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총체적인 부실 수사임을 부인하기 힘든 상황이다.

 어제 경찰은 국정원 직원 김모(29·여)씨 등 3명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이들에게 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 관여)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이 지난해 8월부터 대선 직전까지 특정 정당·후보에 대한 글 100여 개를 인터넷에 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또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은 기소중지 의견으로 송치했다. 해당 국장이 직원들의 인터넷 활동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조사에 불응해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찰 수사 결과는 참으로 실망스러운 것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들이 야당 등을 비방하는 글을 올린 것이 국정원 조직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민주통합당이 김씨를 고소한 뒤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 만료(6월 19일)가 다가온 지금까지 경찰은 대체 무엇을 수사해 왔다는 말인가. 그러면서도 “검찰도 선거법 위반 여부를 수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힌 것은 전형적인 눈치 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정원 국장에 대한 고발이 지난해 접수됐음에도 지난주에야 출석을 요청하고 이에 응하지 않자 강제소환 없이 기소중지로 송치한 것 역시 수사 의지 부족 탓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정원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또 무엇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이제 진상 규명의 책임은 검찰로 넘어왔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서울중앙지검에 지시했다. 국가를 대표하는 정보기관이 정치에, 선거에 개입한다는 건 국기를 흔드는 문제다. 검찰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오직 실체적 진실을 가려낸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