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인왕산 계곡에서 계모와 식모에 의해 살해된 청운국민교 3년 박경자(9)양의 생모 이상임(34·부산시 중앙동 2가 57)여인이 14일 상오 종로서 형사 실에서 살인혐의로 구속된 권순애(46)여인과 10여분 동안 만났다. 이 여인은 권 여인을 만나자 지그시 눈을 감고 눈물을 흘렸다.
권 여인은 회오와 초조가 엇갈리는 듯한 창백한 얼굴로 이 여인을 외면했다. 이 여인은 권 여인을 보자 『수고가 많으십니다』고 조용히 첫마디를 했다. 『키우지 못할 것 같으면 애를 돌려줄 것이지 왜 죽였느냐』고 말하자 권 여인은 이 여인을 외면하면서 찌푸린 얼굴로 『목에 칼이 들어온다 해도 내가 한 짓이 아니다』고 했다.
이 여인은 10년 전 부산시 중앙동 개국여관 종업원으로 있을 때 전기공사 차 부산에 출장 온 박영석(54)씨와 알아 죽은 박양을 낳았다고 했다. 이 여인은 박양이 3살 때인 지난 61년 초여름에 창경원에서 박씨와 만나 『박양을 잘 키워달라』고 애원하며 귀여운 딸을 넘겨주었다는 것. 그후 박양이 청운국민교에 입학했다는 말을 전해들은 이 여인은 64년 여름에 학교 정문에서 하학하는 박양의 뒷모습만 보고 홀로 돌아섰던 일도 있었다 한다.
최근 부산 중앙동에서 구멍가게를 벌여 박양의 장래를 위해 13만원을 저축, 박양이 결혼할 때 쓰려고 했다는 이 여인은 『나도 남과 같이 자식이 있다고 떳떳했는데 이제 그 꿈은 완전히 가셨다』고 가슴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