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과 함께 - 장예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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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곳 G마을, 가마니 서너 장을 깐 20평 남짓한 탁아소로 출근한지 보름째. 처음 올 때의 목적과는 다른 하나의 사명감까지 느끼게 되었다. 50명 남짓 되는 같은 또래의 아이들을 일일이 얼굴과 옷매무새를 고쳐 주고 가마니 위에 촘촘히 앉히고 통통배 노래를 가르쳐 주기로 했다. 그때, 눈이 초롱초롱한 돌이가 불쑥 물었다. 『선상님! 통통배가 뭡니꺼?』
○…『통통배는요-』백여개의 까만 눈동자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큰바다에 나가서 고기를 잡아오는 밴데요-. 오늘 고기반찬 먹은 사람 손들어 봐요』조그만 꼬막손을 서로 보이려고 쳐들며 고함을 지를 것을 기대하고 함빡 커다란 웃음을 준비했던 나에게 싸늘한 침묵이 맞았다. 달팽이 집 같은 손들은 하나같이 가마니를 쥐어뜯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난 사려없이 질문을 했던 것을 책하면서, 고기반찬 없는 밥상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그래서 그 천진한 동심을 주름지게 하는 가난을 쫓아내기나 하려는 듯 고함치듯 온몸을 흔들며 노래부르기 시작했다.
『찌르릉 찌르릉 비켜 나세요』 <장예자·26·농촌지도원·경남 마산시 상남동 147의 7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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